[느림의 경쟁력 제주가 답이다](4)슬로투어리즘

[느림의 경쟁력 제주가 답이다](4)슬로투어리즘
느리면 느릴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다
  • 입력 : 2015. 04.09(목)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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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흐름이 최근에는 '느리면 느릴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슬로투어리즘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사려니숲길. 사진=한라일보 DB

'놀멍 걸으멍 간세다리 여행' 8년전 제주올레의 시작
사려니·거문오름·둘레길 등 '느림' 찾는 도보 여행객 늘어
'배려·존중하는 여행'으로 삶의 태도 변화

'빨리 움직여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여겼던 관광흐름이 최근에는 '느리면 느릴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슬로투어리즘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 관광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이루고자 슬로투어리즘(느린 여행 ; slow tourism)에 대한 관심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으로서 슬로투어리즘은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관광객에게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지역 주민의 생활은 침해하지 않는 관광을 말한다. 환경+생활+관광이 공존하는 관광이라고 불 수 있다.

지금은 8년을 맞은 제주올레의 시작도 '놀멍 걸으멍 간세다리 여행'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거문오름, 곶자왈, 한라산 둘레길, 삼다수숲길, 사려니숲길을 찾는 이들도 '느림'을 찾는 여행객들이다. '빨리 많이 보고 싶은 여행'

올레는 그 슬로건을 지켜가고 있다. 축제도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하는 목적이 아니다. 느림의 걷기로 '나'와 '우리'가 만나 느리지만 제대로 하는 여행을 하기 위함이다. 최근 준비하는 '온리유'프로그램도 삶에 지친 중년여성들이 '자기를 위한 여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레 10코스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은 "가족들이 엄마에게 쉼표를 주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제주올레가 탄생하면서 '완주'가 목표인 이들도 생겨났지만 그것은 올레의 의도는 아니다. 안 사무국장은 "완주가 목표인 사람들도 10개이상의 코스를 걸으면서는 길이 보인다고 합니다. 슬로투어의 재미를 알게된다"고 말했다.

그가 만난 20대 취업준비생의 눈물어린 고백은 의미롭다. "19코스까지 걸으면서 눈물이 났어요. 나를 위해 살고 있는지 회의가 들었고 목표가 아닌 것때문에 내 자신을 달달볶고 있음을 깨달았죠. 주객전도된 삶이 제자리를 찾았고 이후 삶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그는 이렇게 진단했다. "현상이 문화가 되려면 3세대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겨우 8년이고 길게 보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올레길을 찾는 이들의 마음도 조금씩 '느리게 살자'는 삶의 태도변화로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고독, 치열한 경쟁, 실업 등의 경험과 더불어 정신없는 삶을 강요받는 이들에게 '올레'가 숨 돌릴 여유를 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슬로투어는 자기 삶의 쉼표도 주지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생태관광을 추구한다.

지난 1월,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마을 주민들은 원탁회의를 열어 앞으로 생태관광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지를 의논했다.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약 80여명의 참여자가 원탁 10개에 나눠 앉아 각기 의논을 하고, 그 의견을 다시 전체 공론화 하여 하나의 종합 의견을 수합해 가는 방식이다. 이날 주민들은 마을 주민 전체의 협동조합을 선택했고, 그 한 달 후 열린 마을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어 다시 승인을 얻는다.

'참 느린 결정'이었지만 '참 옳은 결정'이었다. 슬로투어리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지금 선흘1리 마을회는 5명의 동백동산생태관광 추진단을 구성해 주민교육과 그 외 협동조합에 필요한 준비들을 해 나가고 있다.

선흘1리 주민들이 '생태관광'을 통해 주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는 것처럼 제주올레도 제주를 찾는 이들이 치유받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제주올레로 치유받은 이들이 '아카자봉 길동무'를 만들었던 것처럼 선순환 구조로 남을 것이다.

제주올레는 향후 핵심가치를 '배려와 존중'으로 잡고 있다. 자연에 대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다른 여행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말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여행자들은 '느림'이라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이 '느리면 느릴수록 많이 얻는 슬로투어리즘'의 시작과 끝이다.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장 "'환경-관광' 선순환 구축이 핵심"

"환경보전을 바탕으로 한 생태관광, 그리고 여기서 창출되는 가치들이 마을주민들에게 환원되는 생태체험관광의 선순환 틀을 선흘1리 동백동산마을에서 만들어 보고 싶어요."

고제량(사진) (사)제주생태관광협회장은 선흘1리가 생태관광마을로 자리 잡는데 핵심역할을 한 사람이다.

선흘1리는 중산간 곶자왈의 생태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동백동산습지가 있어 '동백동산마을'로 잘 알려져 있는 마을이다. 고씨는 이곳에서 생태관광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2011년 환경부 국가습지사업센터에서 진행한 습지생태체험사업으로 선흘1리와 인연을 맺은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백동산마을은 지역의 랜드마크나 유명한 문화재 중심이 아닌 그 마을 자체가 중심인 새로운 개념의 관광지에요. 동백동산마을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세계적인 모델로 커나가는 게 제 꿈이에요."

고 회장은 '생태관광'을 간판으로 걸고 여행기획을 해온지 9년이 넘었다. 그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라산을 바라보며 몸과 마음이 풀렸다는 분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여행의 효과이기도 하지만 제주도가 '느림의 섬' '자연치유의 섬'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다운 이미지가 결합된 깊은 울림이 있어야 한다. 그 하나가 자연치유"라며 제주에 치유를 목적으로 오시는 여행객들은 여러가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선흘곳' '동백동산'의 자원을 간직한 선흘1리를 통해 봤다. 생태관광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 사회의 복지향상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되는 프로그램이다.

이어 그는 "생태관광의 발전을 위해서 내 놓은 대안은 첫 번째가 생태관광에 대한 개념에 대해 바르게 이해해야 하고 두 번째는 주민의 보전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주민 주체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익의 지역환원,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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