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1)프롤로그

[창간특집/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1)프롤로그
가치 재조명·경계·생물권보전지역 공론화
동식물·지질·역사문화·수자원·숲 힐링 등 집중 조명
  • 입력 : 2015. 04.22(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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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면 저지곶자왈.

산림과학원 '곶자왈 시험림' 용암숲 연구허브로 육성
경계 설정·등급화는 현안중 현안… 쟁점 등 심층진단

한라일보는 제26주년 창간기획으로 곶자왈 연재를 시작한다. '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란 주제로 제주곶자왈의 가치를 동식물, 지질, 역사문화, 수자원, 숲 힐링 등 다각도로 재조명한다. 곶자왈 보전·활용의 핵심과제인 곶자왈 분포도, 경계, 등급화는 현안중 현안이다. 이에 대한 공론의 공간을 마련한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가능성도 진단한다. 곶자왈을 세계인의 보물로 키워가기 위한 것이다.

▶곶자왈 시험림 탄생=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12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서귀포시 돈내코 입구) 내에 곶자왈 연구실을 열었다. 곶자왈을 간판으로 내건 첫 연구실이다. 산림과학원은 이후 산림청과 제주도가 사들인 사유 곶자왈 100만평(353ha) 전체를 관리 전환받아 제주 곶자왈 시험림을 탄생시켰다.

곶자왈 시험림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 동백동산과 동복, 한경면 저지-청수, 대정읍 무릉 일대 곶자왈 용암숲을 말한다. 이 곳은 지난 3월 국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어 산림과학원은 최근 기존 제주도가 관리중이던 한경면 저지리 일대 국유림 곶자왈 170여ha도 관리 전환받아 시험림 규모를 키워 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 곶자왈을 세계적 용암숲 연구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그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제주 곶자왈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제주WCC(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다. 이 때 많은 내·외신과 환경전문가들은 곶자왈이 지닌 가치에 주목했다. 지질·생태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수자원 저장고로서의 역할과 곶자왈이 주민들의 삶에 깊숙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총회에서 결의안으로 채택된 '제주곶자왈의 보전·활용'의제는 곶자왈의 생물다양성, 지질, 문화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념은 물론 곶자왈 이용형태가 생물권보전지역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봤다. 또 곶자왈을 활용한 다양한 자연자산 보전프로그램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결의안은 제주 곶자왈이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인의 보물로 재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곶자왈 개발을 주도한 기업 등은 곶자왈 공유화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과 장기 보전계획 등 보전을 위한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수립·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제주도와 국립산림과학원 등을 중심으로 곶자왈의 보전관리와 가치발굴, 경계설정 및 등급화 등에 대한 많은 논의와 연구, 후속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곶자왈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록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곶자왈 보전·활용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제주 곶자왈=곶자왈은 대부분 해발고도 200~400m 내외의 중산간 지역에 분포한다. 제주도 면적 1825㎢의 약 6%인 110㎢가 곶자왈 지대로 추정된다. 사람이 주로 살던 해안지역과 목축 등으로 사용되던 고산지역을 자연스럽게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곶자왈은 과거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지만, 1990년대 이래 곶자왈의 개발과 지하수 보전문제가 제주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치 인식에 대한 변화도 커졌다.

화산분출과 용암활동에 의해 생긴 곶자왈은 수많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저장고로 평가받는다. 곶자왈 지역은 주로 완만한 경사를 가진 제주의 동서방향을 따라 발달한다. 그 중에서 특히 보전상태가 양호한 제주도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그리고 동부의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를 제주의 4대 곶자왈이라 한다.

▶위기의 곶자왈과 매입사업=곶자왈은 개발로 인해 사라지거나 파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공간이다. 중산간 개발욕구가 거셀수록 곶자왈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곶자왈 보전관리 위한 종합계획 수립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곶자왈 전체 면적 110㎢의 20.8%인 22.9㎢가 개발행위 등으로 훼손됐다. 사유지가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곶자왈은 갈수록 자본과 개발에 노출되고 흔들리며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에 산림청과 제주도는 지난 2009년부터 사유곶자왈 매입사업을 시작해 2013년까지 266억원을 들여 353ha의 개인 소유 곶자왈을 매입하는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이어 오는 2013년까지 1187억원을 투자해 950ha 추가 매입에 나섰다. 지난해 22억원을 투자해 25ha를 매입했으며, 올해에는 60억원을 들여 60ha를 사들일 계획이다. 사유곶자왈 매입대상지를 곶자왈 연접지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사유 곶자왈 매입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곶자왈 미 매입지 대부분 마을소유이거나 공유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은데다, 최근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인해 높은 매매가를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해 매도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강시영·강봄·강경민·송은범·김희동천기자

경계 설정·등급화 어떻게 할 것인가

곶자왈 보호·활용 분수령 핵심과제
정의·개념 추상적 경계·분포 모호
보존-개발 혼란 법적 장치도 없어
도, 올해부터 경계 설정 조사용역


제주 곶자왈 개념과 정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닥이 잡혔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중요성을 외치면서도 곶자왈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는 늘 뒷전이었다. 특히 곶자왈 보호지역 경계 설정과 등급화는 여전히 모호하다. 보존과 개발이 상충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에야 우여곡절끝에 '곶자왈 보전 및 관리조례'를 마련했다. 이 조례는 그 동안 논란이 됐던 곶자왈에 대한 정의를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현재 곶자왈의 정의는 다소 추상적이며 제주도에 존재하는 곶자왈의 모든 세부적인 특성을 다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곶자왈의 분포 범위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기준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곶자왈의 짧은 정의에 다양한 분야별 가치를 모두 포함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종합적 정의 외에 동·식물 등 생태학적, 지질학적, 역사·문화적 요소와 기준에 적합한 세부 기준을 수립하는 분야별 분류코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곶자왈 보호지역을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경계 설정과 이에따른 등급화는 곶자왈 보호의 핵심과제다. 그동안 분포도에 대한 연구결과가 제시되긴 했지만 제각각인데다 법적으로 고시되지 않아 개발과 보존을 두고 늘 혼란이 돼 왔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2년간 예산 7억원을 들여 전역의 곶자왈을 대상으로 경계를 짓기 위한 조사용역을 실시한다.

작업이 순조로울 경우 주민공람, 곶자왈심의위원회 심의,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곶자왈 등급 지정기준과 등급화, 등급별 행위제한 규정을 설정한다. 그후 곶자왈 보전 기본계획 수립, 사유지 매입, 국제보호지역 등록 등의 절차를 밟는다는게 제주도의 로드맵이다. 이 과정에서 토지주들과의 마찰 등 민원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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