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의 노동·자연 융합체 '돌담'

제주인의 노동·자연 융합체 '돌담'
미술 평론가 김유정의 '제주 돌담'
  • 입력 : 2015. 05.15(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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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에 걸쳐 제주인들의 노력으로 쌓은 돌담의 의미는 오늘날 무엇일까. 자연,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제주돌담'을 전반적으로 다룬 연구서로 제주인의 삶과 죽음과 관련된 돌문화를 조명한 책이 나왔다.

제주 미술평론가 김유정씨가 제주의 자연과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제주의 돌담을 담은 글과 사진을 엮어 '제주 돌담'을 펴냈다.

제주돌담, 누군가 쌓아올린 노동의 축적이자 이름모를 농부들의 대지예술이다. 태풍이 불어 이 빠지듯 무너진 돌담을 아버지의 아들은 세대를 이어 쌓고 또 쌓았다. 약속처럼 아버지는 묵묵히 검은 빌레 용암을 깨고 아들은 그 각돌을 날라다 돌담을 쌓았다. 어머니는 늘 하던대로 밭의 김을 매다가 끊임없이 나오는 주먹만한 돌들을 '골채'로 날라 담을 올렸고 그것들은 밭담이 되었다. 제주 돌담의 미학적인 가치는 노동미와 자연미의 융합이다.

이 책은 크게 '삶의 역사가 된 제주 돌담' '생활 속의 돌담' '사자(死者)를 위한 돌담' '돌담의 현대적 의미'로 나뉘어져 있다.

또 저자는 크게 생활 속의 돌담과 사자(死者)를 위한 돌담으로 나눈다. '생활 속의 돌담'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구조물이다. 초가의 집담, 집안으로 들어가는 올레담, 농사를 위한 밭담, 마을 공동목장의 잣성과 캣담, 해안가 공동어장인 원담, 해녀 탈의장인 불턱, 옛 군사 방어용이었던 진성, 환해장성이 해안가를 중심으로 곳곳에 남아있고 신의 집인 본향당도 돌담으로 지켜졌다. 사자를 위한 돌담은 들녘이나 밭머리에 쌓은 산담이 있다. 산담은 비록 영혼의 집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집처럼 사각의 울타리를 두르고 망주석과 석상을 세워 영혼의 집임을 표시했다.

돌담은 민중문화의 산물이다. 민중의 손으로 탄생한 돌담의 축조된 배경은 크게 자발적으로 쌓은 돌담과 강제로 쌓은 돌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발적인 돌담에는 민중 스스로 개인과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축조된 돌담이 있고, 강제의 돌담은 외세에 대비하거나 해양교통, 목축을 위해 관 주도로 쌓은 돌담을 말한다.

저자는 "미래의 제주를 위해서는 '돌담 복원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돌담이 없는 제주의 마을을 상상해 보라. 제주 밭담은 지난 2013년 4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됐지만, 제주 돌담 가운데 '밭담'만을 추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아쉽다. 이후 제주의 돌담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제주대학교 미술교육학과와 부산대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를 마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원사.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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