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블랙머니' 환치기 통로 악용

'차이나 블랙머니' 환치기 통로 악용
[집중 진단]'인두세'의 덫에 걸린 제주관광(상)
'인두세→지상비' 둔갑후 투기자본 유입
  • 입력 : 2015. 05.19(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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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서 탑승수속을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 최근 유커들이 몰리면서 제주관광시장이 외형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중국인 관광객 급증… 외형만 고공성장
마이너스 여행 상품으로 관광시장 왜곡

최근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제주 관광시장이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회가 조사한 것처럼 제주도민의 68%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제주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돈을 주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기형적인 관광시장이 관광객 증가에 따른 과실을 역외유출시키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 투어 피(No Tour Fee)'도 모자라 '마이너스 투어 피' 상품까지 등장하게 된 제주관광의 구조적인 원인은 뭘까?

지난 4월 28일, 제주 방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15일 빨리 400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5월 13일에는 제주관광 사상 최단기에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주관광의 이러한 성장은 유커들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유커에겐 인두세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인두세는 제주도의 랜드여행사(인바운드)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현지의 모객여행사(아웃바운드)에게 관광객 1인당 일정액을 지불하는 금액이다. 모객여행사, 항공사, 랜드여행사, 지상비(호텔·관광지·음식점·가이드 등)의 몫으로 구성되는 일반적 형태의 여행비 구조를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인두세가 등장한 시점은 제주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90.1% 증가하면서 100만명대를 돌파한 2012년부터다.

여행업계는 제주 3박4일 단체상품의 적정 지상비를 25만~30만원(무궁화 4개인 1급 호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제주-중국 항공료가 30만~40만원선이므로 제주 관광상품 가격은 항공료와 지상비만 해도 55만~70만원이 적정선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모객여행사들이 출시하는 제주 단체상품 가격은 50만원 안팎 수준이다. 인두세 출현 후 지상비는 이렇게 처음부터 상품 가격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결국 랜드여행사는 지상비(25만~30만원)를 받지 않고, 인두세(28만원)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50만원대의 손해를 안은 채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이 여행사가 제공하는 관광상품 일정은 면세점과 인삼판매점, 화장품판매점, 토산품판매점 등과 함께 입장료가 없거나 적은 수목원·용두암·외돌개·성산일출봉·주상절리 등으로 구성된다. 마이너스 상품의 손실을 쇼핑매장에서 얻는 송객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현지 여행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이러한 인두세는 중국 내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가 불가능한 '블랙머니'를 제주도에 유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블랙머니는 제주 랜드여행사의 중국 현지법인에 흘러간 뒤 중국의 모객여행사에 인두세 명목으로 들어가고, 이 인두세는 다시 제주의 랜드여행사에 지상비 명목으로 유입된다. 그리고 외형상 합법을 가장한 블랙머니는 호텔과 음식점, 사후면세점 등 여행업과 연관된 부동산에 투자된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 자본 소유의 호텔 등이 부쩍 증가한 것은 바로 이 차이나 블랙머니가 환치기를 통해 유입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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