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꿀벌 잉, 잉, 잉

[하루를 시작하며]꿀벌 잉, 잉, 잉
  • 입력 : 2015. 05.20(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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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잎조차도 꽃처럼 핀다. 천지는 온통 바람에 묻어 날아와 달콤하게 톡 쏘는 귤꽃 향 무더기다. 마을에 귤꽃이 필 즈음 산에는 때죽나무 꽃이 핀다. 제주에서는 종낭꽃이라 하는데 종처럼 달린 깨끗한 흰 꽃이 참 사랑스럽다. 밀원(蜜源)이다. 꿀벌이 잉, 잉, 잉 난다. 바쁘다. 농가도 바빠지는 때다. 하얗게 다닥다닥 얹어진 귤꽃을 보면서 밥풀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꽃보고 밥이라니 좀 생뚱맞기도 하겠다.

몇 해 전부터 봄이 너무 짧아져 꽃들이 한꺼번에 화다닥 피는 바람에 꿀벌들이 미처 일을 다 못한 채 꽃이 진단다. 게다가 꿀벌이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이라니 당연히 양봉농가의 꿀 채집이 부쩍 어려워졌다.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따라 4년내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 했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살충제와 농약, 기생충, 바이러스, 밀집사육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심지어 전자파 증가 등이 주원인이다. 많은 부분이 사람 탓이다.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이철 카슨은 이미 1962년, 그의 저서'침묵의 봄'에서 살충제의 남용으로 머지않아 올 '새소리 들리지 않는 봄'을 예견했다. 침묵의 봄이라니 제목만으로도 암울하다.

아뿔싸, 예고처럼 우우 꿀벌을 쫓아내더니 다시 종종걸음으로 쫓고 있다. 자연수분을 택한 농가들은 양봉 꿀벌을 가져다가 풀어놓는다. 무보수로 일하던 멀쩡한 일꾼들을 내쫓고 애써 사오는 것이다. 열매를 봐야하니 어쩔 수 없다. 봄철 한파처럼 이상기온에는 꿀벌 대신 사람들이 나서서 수분을 돕는다. 꽤 먼 거리를 나는 꿀벌이지만 추워지면 벌통 주변만 맴돌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식량작물의 2/3 정도를 꿀벌의 노동으로 얻는다고 한다. 실로 어마하다. 거기에다 벌꿀, 로열 젤리, 화분(花粉), 프로폴리스, 봉침(蜂針)에 이르기까지. 이쯤이면 가히 화수분이다. 내가 먹는 꿀 한 수저 얻자고 오늘도 꿀벌은 수없이 많은 꽃 속을 들락날락한다. 더욱이 그 부산한 노동은 고맙게도 새 삶을 탄생케 한다.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가 있다. 줄무늬 애벌레의 의문은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나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였다.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자기 안의 나비를 깨닫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기어오르다, 지상에서의 자기 삶의 의미는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사랑의 씨앗을 나르는 일임을 알게 된다. 나비가 되는 일은 '한 마리의 애벌레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확신에 차 절실히 날기를 원할 때' 가능하다. 어릴 적 나는, 나비 애벌레의 우화(羽化)를 심각하게 그려내다 결국 '꽃들에게 희망을'로 옮아간 제목에 약간 갸우뚱했던 것 같다. 꽃으로 가득 찬 세상과 수많은 나비의 필요성과 나의 삶이 뭉뚱그려져 이해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안다. 식물은 제 나름의 치열한 삶의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꽃은 피어날 때부터 열매를 꿈꾸며, 열매는 어디든 뿌리내려 다시 새 생명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는 것. 그래서 가장 알맞게 익었을 때 새들의 먹이가 되기 위해 제 몸의 독을 풀어내 무장해제를 한다는 것. 모든 생명들의 제 목숨 지키기로 온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 온 생태계를 지키는 것은 모든 생명들의 제 목숨 지키기가 되리라는 것.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꽃보다 밥이라고? 꽃은 밥이다. 꿀벌의 노동이 우리의 밥을 만든다. 오늘도 꿀벌이 잉, 잉, 잉 난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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