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3)손지오름~돌미오름~구좌·성산 곶자왈~동거미오름~문석이오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3)손지오름~돌미오름~구좌·성산 곶자왈~동거미오름~문석이오름
곡선미가 일품인 5월의 동쪽 오름왕국과 곶자왈을 품다
  • 입력 : 2015. 05.29(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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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때기 모양과 삼태기 모양의 분화구를 지닌 보기드문 복합형 분화구가 위압적인 동거미오름 능선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강희만기자

제주의 오름과 그 오름들 사이에서 물결치듯 형성된 곶자왈을 탐방하는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세 번째 탐방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50분쯤 달려 닿은 구좌읍 종달리 손지오름 입구가 그 출발점이다. 손지오름은 그 모양이 한라산과 닮은 꼴이라 그 손자라는 뜻에서 이름붙여졌다는 오름이다.

5월은 숲이든 오름이든 발길닿는 곳마다 지천이 연둣빛이다. 진초록의 옷으로 막 갈아입을 날이 코앞이지만 새봄의 기운을 한껏 머금어 싱그럽기 그지없는 제주의 오름 능선을 걷는다는 설렘으로 첫발을 뗀다. 그런데 시작부터 잘 닦인 탐방로가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어른 키 높이의 억새가 자란 오름 능선을 타고 울긋불긋한 차림의 트레커들이 자연스럽게 길게 줄을 만든다. 10분쯤 걸었을까? 삼나무숲을 지나자마자 금세 오름 정상이다.

해발 255.8m, 높이 76m의 손지오름 정상도 여느 오름과 다를 바 없이 최고의 천연 전망대다. 남서쪽으로는 동거미오름(동검은이오름)과 높은오름, 북쪽으로는 다랑쉬오름이 통째의 모습을 드러낸다. 동쪽으로는 용눈이오름이 지척이고 그 뒤편으로 지미봉과 옅은 안개사이로 성산일출봉까지 들어온다.

제주 4대 곶자왈지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구좌·성산 곶자왈. 강희만기자

오름에서 만날 수 있는 게 어디 좋은 전망 뿐이랴. 봄의 절정인 5월 제주 오름엔 발길닿는 곳마다 키작은 야생화들이 총천연색 꽃을 피워내고 서로 봐달란 듯 아우성이다. 솜방망이서부터 백자색꽃을 피운 등심붓꽃, 노란색 양지꽃, 연한 보랏빛의 작은 꽃이 앙증맞은 구슬봉이, 찔레꽃, 개민들레까지 야생화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손지오름 굼부리를 지나 다음 목적지까지는 너른 목장지대와 농로를 따라걷는다. 잠시 지루하다 싶을 즈음 에코투어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 소장의 "와~" 소리가 탐방객들을 삽시간에 불러모은다. 빨갛게 잘 익은 장딸기 군락이다. 어릴 적 추억의 맛으로 남아있던 장딸기를 한주먹 따내 거침없이 입속으로 쏟아넣는 탐방객들의 얼굴 표정이 그 맛이 어떤지를 말하고 있다.

장딸기

야트막한 돌미오름은 바로 인접해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오름들 사이로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바람개비 모양의 거대한 발전기가 바람을 타고 신나게 돌아가는 소리를 낸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름 사이에 들어선 발전기가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광활한 오름군락 파노라마에 동부 골자왈까지
바라보는 장소 따라 다른 모양의 오름도 장관
동거미오름은 여러개의 봉우리와 분화구 이채


돌미오름에선 다랑쉬오름 분화구가 선명하다. 이권성 소장이 "같은 오름이라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몸짓으로 다가오고, 느낌도 다른 게 제주오름의 매력"이라고 안내하는데 제주오름을 올라본 이라면 누구가 공감하는 말일 게다.

동거미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도내에서 크게 4대 지역으로 구분되는 곶자왈 지대 중 한 곳인 구좌·성산 곶자왈을 가로지른다. 제주 동부의 오름왕국이 숨겨놓은 또다른 보물이다. 크고 작은 암석 사이로 뿌리내린 나무들이 우거진 원시의 숲길에선 상산나무가 내뿜는 진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5월 오름엔 키작은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작은 꽃이 앙증맞은 구슬봉이.

곶자왈을 빠져나온 탐방객의 다음 목적지는 크고 작은 언덕이 층층이 형성돼 사방으로 뻗은 모양이 거미집 모양과 비슷하다는 동거미오름이다. 해발 340m, 높이 115m의 동거미오름은 경사가 급해 오를수록 가파라져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봉우리를 다 올랐나 싶으면 얄궂게 또다른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힘들었던 과정을 보상이라도 하듯 역동적인 오름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러 개의 오름들이 옹기종기 뻗어나가 있고, 깔때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 2개와 삼태기 모양의 말굽형 분화구까지 지녀 보기드문 복합형 화구의 동거미오름의 위압적인 모습은 주봉인 산 정상에서 유감없이 드러낸다. 산 정상에서만 확인되는 봉우리가 4개나 되고, 움푹 패인 깔때기형 분화구가 압권인데, 주봉인 맨 서쪽 봉우리에서 깊이가 약 70m쯤 된다고 한다. 동거미오름내 분화구들은 화산 폭발 당시 시간대별로, 순서대로 오름이 형성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동쪽 봉우리 정상에서 탐방객들은 약속이나 한듯 잠깐의 휴식으로 들어간다. 정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원한 바람마냥 탐방객들의 마음도 살랑거리는가 싶다. 물 한 모금에 웬만한 갈증도 가라앉고 거친 숨도 흐르던 땀도 금세 식는다. 5월에 만난 제주오름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는 데는 굳이 말이 필요없다.

동거미오름 주봉인 맨 서쪽 정상에서 내려오면 야트막한 문석이오름으로 바로 연결되고 다섯시간에 걸친 탐방도 종착점에 다다른다.

이 날 탐방에 나선 장연수(제주시 이도2동)씨는 "제주에서 살지만 제주를 속속들이 잘 모른다. 곶자왈을 끼고 오름과 오름을 잇는 이번 탐방은 평소 접하지 못한 코스여서 더 기대됐고 걷는 내내 설렘으로 넘쳤다"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자연속에서 풀어내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반갑고 앞으로 만나게 될 탐방코스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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