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느림'이 '행복제주'의 경쟁력이 되길

[백록담] '느림'이 '행복제주'의 경쟁력이 되길
  • 입력 : 2015. 06.01(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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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년호를 시작으로 '느림의 경쟁력, 제주가 답이다'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지난주에 마무리했다.

기획의도는 '삶의 속도'가 행복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공감하기 위함이었다. 삶은 늘 빡빡하기만 하고 여유로움을 찾기가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슬로빌리지', '슬로아일랜드', '슬로투어리즘', '슬로 라이프', '슬로시티', '슬로푸드', '슬로리딩', '명상과 치유'까지 '느림'이 제주의 경쟁력이 될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 마음의 뿌리는 '느리기에 행복한 삶'에 있었다.

'슬로 라이프'운동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로부터 시작됐다. 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우리는 다르게 살기 위함이다. 철학은 성장에서 성숙, 삶의 양에서 삶의 질로,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것이다. 속도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슬로시티 프로젝트가 비현실적인지는 몰라도 1999년 국제슬로시티운동이 출범된 이래 올해 8월 기준 29개국 189개 도시로 확대됐고 국내에서는 진안군 등 11개 지역이 슬로시티에 선정됐지만 아직 제주에는 없다.

'슬로 라이프'가 제주의 경쟁력이 될 수 없을까. 남달리 귀하려면 다름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가 귀해질 다름은 무엇일까? '슬로푸드'는 인공의 속도가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따라 생산된 먹을거리라고 정의했다. 최근 제주푸른콩장, 꿩엿, 순다리, 흑우 등과 같은 제주도에서 사라져가는 소중한 음식 자원들을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하고 보존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다행스러웠다.

슬로 빌리지 '선흘1리'는 '느리지만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생태축제'를 하고 있는 마을이었다. 선흘1리에는 현재 18명의 생태관광협의체가 구성돼 있다. 마을이 생태적 가치를 지켜나가고 공동체성을 회복해 행복하고 살기좋은 마을이 되기 위한 어떤 문제든 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 생태여행전문가로 활약하는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는 "선흘1리 생태관광은 환경보전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책임여행"이라고 강조한다. 선흘1리는 동백동산 숲과 습지, 마을이 서로 같이 느리게 살아가고 있다. '슬로 아일랜드' 가파도는 드넓은 청보리밭을 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어본 섬이다.

이렇게 '느리게 살기'를 추구하는 이들은 "느림의 경쟁력은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명상·치유가 아닐까. 제주에서도 다양한 명상·치유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명상은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는 것이고 그만큼 여유로운 시간을, 느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비날씨 속 에코트레킹을 다녀왔다. 한라일보가 추진하는 에코 투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비날씨임에도 천천히 느릿느릿 제주의 속살을 탐험한다는 기쁨이 대단했다. 비가 와서 참가자들의 불만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참가자들은 "비가 와서 더 좋았다"고 했다. 5월1일 제주도민이 됐다는 한 참가자는 설레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이도 "빨리 빨리"를 외치지 않았다. 그냥 비가 와서 느리게 걸으니 더 깊은 제주를 맛보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기뻤다.

이제 기자부터 여유로움을 찾고자 했던 '느림의 경쟁력, 제주가 답이다'여정은 잠시 접어둔다. 그리고 언젠가 '느림'이 좋은 사람들을 하나둘씩 만나 그들의 '느림예찬'을 듣는 기획을 느릿느릿 구상할 계획이다. <이현숙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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