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95)외도동 '아구 땡기는 날'

[당찬 맛집을 찾아서](95)외도동 '아구 땡기는 날'
못생긴 아귀? 매콤한 ‘찜’으로 변했더니…
  • 입력 : 2015. 06.12(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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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를 비워갈수록 얼굴이 빨개지고 이마에는 땀이 맺히는 아귀찜은 '아구 땡기는 날'의 주 메뉴다.

아삭아삭 콩나물과 오동통 살의 만남
안주용 ‘찜’… 속풀이용으론 ‘탕’ 인기
눌러붙지 않는 볶음밥 별미로 상한가

날씨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얼큰한 찜 요리는 인기 외식메뉴 중 하나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 '아귀찜'이다. 빨갛게 양념된 콩나물에 파묻혀 오동통 먹기 좋게 살이 오른 아귀살이 눈앞에 놓이면 누구나 저절로 침이 꿀꺽 넘어가기 마련이다.

표준말 '아귀' 대신 아구, 물텀벙, 물꽁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 "개도 물고가지 않는다"고 할 만큼 못생겨서, 잡으면 재수가 없다면서 과거에는 그냥 버리던 생선이 아귀였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늘고,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인기 음식이 되면서 요즘 아귀는 '귀하신 몸'이 된 지 오래고 아귀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제주시 외도동 '아구 땡기는 날'은 안주용 아귀찜으로, 속풀이용 아귀탕으로 요즘 외도에 사는 '주당'들에게 병주고 약주는 가게다. 문을 연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장 김춘식씨가 아귀찜을 소개하고 있다

오후 7시쯤 '아구 땡기는 날'을 찾았다. 가게가 바쁠까봐 평일에 약속을 잡았지만 식당안에는 벌써 손님들로 왁자지껄 했다. 평일에도 손님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자 "그래봐야 아귀찜이지, 별게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찾았던 마음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 곳의 메뉴는 간단하다. 아귀찜과 아귀탕, 그리고 아귀찜을 먹고 난 후에 나오는 볶음밥이 전부다. 바쁜 식당 안에서 자리를 찾고 앉아 3가지를 모두 주문했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아귀찜이 먼저 나왔다. 빨갛게 버무려진 아귀살과 콩나물, 미나리는 생김새부터 강렬한 매력을 뿜어냈다. 향긋한 미나리와 알맞게 데쳐낸 콩나물을 아귀살과 함께 입에 넣자 아삭아삭 씹히면서 매운맛을 감싸주는 것이 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그래도 아귀찜 맛을 가늠하는 것은 아귀의 육질이다. 아귀살 한 토막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 갔다. 부드러운 속살의 느낌이 아주 편안하고, 입 안에서 양념과 함께 섞일 때도 육질이 양념을 잘 흡수해주면서 조화롭고 담백하다.

새하얀 국물의 아귀탕.

아귀찜 접시를 비워갈수록 얼굴은 빨개지고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더이상 배가 부르면 볶음밥과 아귀탕을 맛보지 못할 것 같아 주인장을 재촉했다. 주인장은 아귀찜 접시를 가져가더니 어느새 '뚝딱' 볶음밥을 만들어 오고, 새하얀 국물의 아귀탕을 식탁위에 올려놨다.

볶음밥은 배불러도 끊임없이 숟가락이 가게 하는 묘한 맛이 있고 밥만 먹어서 목이 '콱' 막힐때 아귀탕 국물 한 입이면 마법처럼 '쑥' 내려갔다. 회사동료들과 이곳을 찾은 이용범(31)씨는 "아귀찜도 맛있지만 다음에 나오는 볶음밥이 별미"라며 "다른곳 처럼 눌러붙지 않고 살아있는 밥알이 양념과 비벼지면서 아귀찜으로 배부른데도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고 말했다.

볶음밥은 눌러 붙지 않고 밥알이 양념과 비벼지면서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주인장 김춘식(31)씨는 "신선한 재료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신선도가 제일 티 나는게 콩나물과 미나리, 미더덕이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싱싱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동문시장과 주변 마트를 돌고 있다고 한다. '아구 땡기는 날'은 개업 1년여만에 화북에 2호점이 들어섰다.

푸짐한 양에 부담 없는 가격은 덤이다. 두세명이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가 2만8000원, 네다섯명이 먹을 수 있는 대자는 3만8000원이다. 볶음밥은 1인분 2000원, 아귀탕은 8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찾아가는길 제주도 제주시 외도1동 640-2(우령서로 89), 삼화점 동화로 74, 전화 064-747-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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