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예술과 미학의 정수는 어디에 있을까. 이를 밝혀주는 안내서가 나왔다.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 주량즈는 동양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하는 법과 그 속에 담긴 인문사상의 요체를 파악하는 길을 책 '인문정신으로 동양 예술을 탐하다'에 제시한다.
동양 예술작품은 고유한 표현법과 정신을 지니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동양 미학이론도 나름의 독특한 개념과 이론 체계, 표현 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 이론의 가장 큰 차별성은 논리적 추론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학적 엄밀성의 부족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논리를 넘어서서 직관적 관조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의 한 특성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양 예술의 지향을, 구체적인 작품과 다양한 논거와 평론 들을 인용하며 설득력 있게 해명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채롭고 오묘한 동양 예술의 세계, 깊고 넓은 인문정신의 바다의 맛과 멋, 뜻과 정신을 만끽하게 한다.
저자는 동양 예술의 본질적인 지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예술의 오묘한 경지는 형식 너머로 미묘한 향기가 넘쳐 흐르는 세계에 있다. 형상은 다만 이 세계로 향하는 서곡일 뿐이다." 동양 예술은 기본적으로 형식미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를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동양 예술의 본질을 열 가지 핵심요소로 정리한다. 형태와 정신, 움직임과 고요함, 작음과 큼, 깨달음과 지혜, 마음의 기탁 등이 그것이다. 각 장은 이들 요소를 작품과 평론들을 인용하여 풀어낸다.
또 동양 예술에서 강조하는 것은 체험과 음미다. 눈 내린 뒤 매화를 찾고, 바람이 불면 대나무 소리를 들으며 성정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처럼 경험이 체득되어 녹아들기를 요구한다. 그런 체험이 제공하는 것은 예술 자체만이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진희 옮김. 알마.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