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5)법정사~하원수로길~고지천~궁산천~어점이오름~한라산둘레길~산록도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5)법정사~하원수로길~고지천~궁산천~어점이오름~한라산둘레길~산록도로
숲속 새 소리에 피곤함이 싹~… "하루종일 걸어도 좋다"
  • 입력 : 2015. 06.26(금)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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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하원수로길을 지나 고지천으로 향하는 숲길을 걷고 있다. 강희만기자

자연의 내음 간직한 숲속에서 몸과 마음 힐링
숲은 갈수록 울창… 온대·난대 식생 한데모여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수로길도 인상적

"서울에서 제주에 온지 6개월 됐습니다. 한라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주의 매력이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주시에서 아내와 함께 왔습니다. 깊은 숲에서 오랜 시간 걷다보니 서로 더 돈독해진 기분입니다" "대정에서 왔습니다. 지난번 에코투어가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라일보의 제5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한라산 아래쪽에 펼쳐진 울창한 숲길을 걷는 코스로 마련됐다. 서귀포시 도순동 법정사에서 출발해 하원수로길~고지천~궁산천~표고밭~어점이오름~한라산둘레길~호근동 산록도로까지 이어진다.

탐방로가 오름보다는 평평한 숲길이 많고 깊은 숲속을 걷는 것이라서 낮에도 햇볕이 많지 않아 시원하고, 코끝을 스치는 자연의 내음에 처음 서로 어색했던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제주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오전 8시에 버스로 출발해 50분 정도 달려 도착한 법정사 입구. 참가자들은 안전요원으로 함께 한 길잡이들의 안내로 등산 전 가벼운 준비운동을 실시하고 길을 나섰다.

법정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다. 3·1운동보다 5개월 앞서 불교계가 주도한 전국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 법정사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항일 운동 기념탑을 제막하는 등 법정사 성역화 사업이 마무리됐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법정사 전경.

법정사를 지나 하원수로길로 향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조성된 수로는 1950년대 마을 주민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수로 양옆에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야자수 매트를 깔아둔 탓에 그다지 울퉁불퉁하지 않아 걷기는 편했지만 경사가 다소 오래 이어져 이번 투어 중 가장 힘든 코스였다. 하지만 숲에서 뿜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힘내라는 듯이 땀을 바로바로 식혀주면서 무리없이 걸을 수 있었다.

수로길이 끝나자 고지천으로 향하는 긴 숲길이 이어졌다. 언젠가 가랑비 내리는 사려니숲길을 걷다가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고지천으로 가는 숲길이 딱 그런 길이었다. 게다가 갈수록 숲은 더 울창해지고 들려오는 새소리가 점점 커지자 자연과 한발 더 가까워짐을 느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궁산천에서 참가자들이 잠시 쉬고 있다. 궁산천의 바위는 그대로 편안한 의자가 됐다.

고지천에 도착했다. 변변한 휴식시간 없이 계속 걸음을 옮긴 참가자들에게 고지천의 바위는 안락한 의자이자 침대였다. 고지천에는 10m 정도의 낭떠러지가 있는데, 가끔 암벽등반객들이 이곳을 오르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휴식시간을 마치고 언물~궁산천~어점이오름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 코스는 이번 투어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래킹연구소장이 지난해 직접 옛길을 찾아 되살린 곳이다.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곰취군락.

이권성 소장은 "이 곳을 자주 다니다 보니 옛날에 만들어진 희미한 길 흔적이 보였다"며 "뜻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흔적을 찾아 정비하다 보니 이제는 어엿한 트레킹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숲은 점점 울창해지고 깊어졌다. 서로 이질적인 온대와 난대 식생이 한데 어울려 상상을 초월하는 숲이 펼쳐진 것이다.

언물과 궁산천을 지나 어점이오름 기슭에 도착했다. 정상에 있는 돌무더기가 멀리서 보기에 점같이 생겨서 어점이오름이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지형이 가파르고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지만 5분에서 10분 정도만 오르면 정상이기 때문에 손쉽게 오를 수 있다.

점심을 오름 정상에서 먹기로 했기에 투어단의 발걸음도 힘이 났다. 정상은 나무들에 막혀 주변 경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곧장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꺼내기 시작했다.

곰취와 재피가 빛났다. 어떻게 알았는지 된장을 싸고 온 참가자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곰취와 재피를 싸서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심 좋은 참가자들이 자신이 가져온 된장을 나눠줬고, 투어단의 점심 주제는 '쌈밥'이 돼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정상에서 내려오면 한라산둘레길이 펼쳐진다. 경사가 별로 없고 대체로 수월한 코스로 이어져 소화가 저절로 됐고, 자연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다섯시간에 걸친 탐방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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