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96)노형동 '생돈구이촌'

[당찬 맛집을 찾아서](96)노형동 '생돈구이촌'
돼지목살과 은은한 연탄의 운명적 만남
  • 입력 : 2015. 06.26(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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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목살을 은은하게 피어나는 연탄불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생돈구이촌의 한상차림.

직접 개발한 소스, 맛에 품격 더해
김치찌개와 오징어냉국도 인기몰이
신선재료 고집 "입맛 속일수 없죠"

청정지역인 제주에서 생산한 돼지목살을 은은하게 피어나는 연탄 불꽃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우선 2cm 가량의 고기 두께에서 눈이 먼저 놀란다.

양석훈(44) 대표는 하루에 25장 가량의 연탄에 불을 지피는 것을 시작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후 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4시까지 3시간동안 불과의 전쟁을 매일 치르고 있다. 그는 연탄불에 굽는 고기의 맛을 일품으로 친다.

"연간 대략 9000장 정도의 연탄을 쓰나봐요. 돼지고기 생구이에는 연탄이 제격인데 일정한 열로 구워내면 고기 속까지 잘 익는 데다 옛날 어릴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맛을 낼 수 있죠. 저희 집에서는 냉동고기는 사절입니다. 그날 그날 쓸만큼만 정육점을 정해 구입하고 있죠. 손님들이 신선한 고기인지 먼저 알아요. 속일 수가 없죠."

주인장 양석훈씨

고기는 연탄에서 초벌구이해서 나온다. 그 옆으로 주인장이 개발한 멸조림과 함께 손님이 올 때마다 새롭게 무쳐나오는 콩나물무침에 시원한 오징어 냉국과 얼큰한 김치찌개가 더해진다. 멸조림은 요즘 대세인 멸젓을 사용하다가 일부 손님들이 비리다는 평을 받아 새롭게 개발한 작품이다. 칼칼한 맛을 내는 청양고추와 시원한 맛을 더하는 무를 곁들이고 싱싱한 멸을 넣으면 끝. 고기에 찍어 먹으면 간간하게 밴 멸과 고기가 어울려 환상의 풍미를 맛 볼 수 있다.

그 뿐인가. 고기를 먹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시원한 냉국과 돼지뼈를 통째로 넣어 끓여 나오는 김치찌개도 일품이다. 통마늘 구이와 쌈무, 오이무침도 밑반찬으로 곁들여 나온다.

양 대표는 지난 5년간의 식당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도 전한다.

멸조림 국물에 찍은 돼지고기와 파무침, 콩나물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연탄에 가장 적합한 부위가 돼지의 목살이죠. 고기를 구울 때도 살코기는 불판 중앙에, 비계는 바깥쪽으로 해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죠. 고기를 멸조림 국물에 찍고 파무침과 콩나물을 곁들이면 최고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제주여행에 나선 재미교포인 크리스퍼 민(48)씨 가족은 여행가이드 김태형(41·하나투어)씨의 추천으로 이 집을 찾아 새로운 맛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석탄으로 된 연료를 쓰지 못하고 대부분 가스를 사용하는데 이 집에서 연탄에 고기를 구워 먹어보니 맛이 기막히다"며 "특히 멜조림의 소스(국물)에 찍어 먹는 맛이 어느 나라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인상적인 맛"이라고 강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매운 김치찌개를 땀을 흘리며 먹고 균일하게 열이 올라오는 연탄에 구워먹는 고기야 말로 진정한 '슬로우 푸드'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음식점에는 가수 변진섭과 안치환, DJ DOC, 그리고 사격선수인 진종호와 강초현이 다녀간 곳으로 오래 전부터 맛을 인정받았다.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의 내용처럼 연탄이 주는, 희생을 통한 따뜻함도 함께 배워가는 곳이다.

메뉴는 근고기를 비롯한 오겹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생갈비, 돼지껍데기 등이 있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부터 12시. 둘째·넷째주 일요일은 휴일. 제주시 월랑로2길 4. 문의 747-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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