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호의 난'을 탐라민의 시각으로 본다면?

'목호의 난'을 탐라민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성준 역사소설 '탐라, 노을 속에 지다'
  • 입력 : 2015. 07.10(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도 '목호의 난'을 탐라민의 시각에서 정면으로 조명한 역사소설이 출간됐다.

제주출신 소설가 이성준(53)씨가 쓴 '탐라, 노을 속에 지다'(전 2권)는 중앙사와 국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해버렸거나 의미 없다고 지워버린, 기록되지 못한 지방의 역사를 담고 있다.

사서에는 변방의 소요를 토멸한 짧은 기록인 '목호의 난'에 생명을 불어 넣은 것이다.

승자(고려)의 시선, 중앙의 기록에서 본다면 '목호의 난'은 탐라섬의 목호들과 탐라민들이 일으킨 반란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기록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1374년 고려 공민왕은 최영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전함 314척, 정예병 2만5605명의 탐라출정군단을 꾸린다. 이 군단의 수는 당시 탐라섬 인구수와도 맞먹을 정도의 대군이었다. 이 출정은 당시 1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원(몽골)을 북방으로 쫓아내어 중원의 패자로 새롭게 떠오른 명 태조 주원장의 지속적인 마필진상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는 원의 잔재세력인 탐라목호들을 최종적으로 평정하기 위한 조처였다. 목호세력 역시 침공에 대비해 기병 3000과 수많은 보병들을 명월포에 포진시켜 토벌군단의 상륙에 대비하고 있었다.

마침내 명월포로 상륙한 최영의 대군단과 탐라섬의 탐라몽골군은 피비린 전투를 전개한다. 이 전투로 희생된 고려군과 목호군 외에도 목호들과 그들과 혈연으로 연루된 탐라민들 다수가 이 토벌전에서 희생당했다.

저자는 "제주의 역사는 피의 역사란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된다"며 "안타까운 점은 중앙 중심의 역사는 이러한 제주의 역사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탐라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피의 실체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목호의 난'을 끄집어낸 것은 변두리 역사로 남아있는 탐라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은 주인공인 다루가치 석질리를 중심으로 목호 세력의 수뇌부와 탐라민들이 어떻게 협력해 고려 출정군에 대항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출정군이 들어왔던 명월포를 시작으로 어름비·검은데기오름·새별오름·굴메오름 등 실제 전투가 일어났던 지역과 탐라군의 동선 장수들의 행적을 그대로 재현해내 사실성을 담았다.

저자는 20년 동안의 교편을 접고 가족과 떨어져 어머니의 삶을 그린 '해녀일기'를 펴내기 위해 고향 제주로 내려왔다. '억새의 노래', '못난 아비의 노래', '나를 위한 연가', '발길 머무는 곳 거기가 세상이고 하늘이거니', '설문대할마님, 어떵 옵데가?', '달의 시간을 찾아서'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10일 오후 7시 각 북카페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도서출판 각. 1만5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