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제주관광 필요한 것은 맷집과 포커페이스

[백록담] 제주관광 필요한 것은 맷집과 포커페이스
  • 입력 : 2015. 07.13(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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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 따른 제주관광시장의 반응이다. 범위를 더 확대한다면 제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관광산업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때문일게다. 메르스 여파가 3개월 가량 지속될 경우 1271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최근 발표는 관광업계의 "힘들다" 반응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메르스 여파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제주관광을 놓고 많은 전문가들이 제주관광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꼬집고 있다. 질적성장을 도외시하고 양적성장만을 추구했던 결과물이라는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르스 여파를 반면교사로 삼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주관광의 허약체질은 늘 지적되어 온 사항이라 새삼스럽지가 않다. 혹자들은 드러난 제주관광 민낯과 관련해 소자본으로 꾸려지는 관광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관광객 숫자에만 몰입하는 행정의 행태가 주범이라 지적한다.

한때 제주관광시장은 "관광객이 하루에 2만명만 왔으면~. 외국인이 하루에 1000명 정도만 왔으면~"이라고 했다. 그리 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이러던 제주가 지금은 1000만명대가 유지되는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열었다. 1일 5만 관광시대를 열었고 외국인도 1만명 이상이 내도하는 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관광의 몸집이 커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몸집은 커졌지만 맷집이 없다. 한 대 툭 맞으면 죽을라고 한다. 더욱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모양새도 그다지 변함이 없다.

지난해 세월호참사 때와 현재 진행형인 메르스 여파 등 위기상황에 도내 수많은 관광업체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1순위로 직원수를 줄이거나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약 1년새 두 번의 똑같은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업체 대표 직함을 갖고 있는 지인과 관광사업체 직원인 지인들에게서 전해들은 사실이다.

메르스, 아프긴 하다. 그래도 한번 '~척' 해보면 어떨까. 안 아픈척, 괜찮은 척 등등. 한번 상상해봤다. "관광객이 갑자기 줄어 당황스럽긴 하지만 견딜만 합니다. 일거리가 적어 한가해진 이 기회에 회사의 경영전략을 한번 재검토 해보려 합니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중국 관광객이 급감해 당장 수익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우린 아프지 않다. 괜찮다"라며 뛰어난 맷집을 보여준다면 아웃바운드 슈퍼갑인 중국이 제주관광시장을 만만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제주외래관광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저가여행상품 가격이 현실화 되는 계기가 될지 누가 아는가.

1년 전 세월호 참사나 지금 겪고 있는 메르스사태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몸집이 커진 만큼 앞으로 제주관광은 이같은 예기치 않았던 수많은 악재와 돌발변수에 노출될 것이다. 특히 제주관광시장 주변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관광은 경기를 탄다. 메르스 여파가 아니더라도 '유커'의 제주행이 뚝 끊길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관광객 2000만명을 내다보고 있는 제주관광, 수많은 잽과 카운터 펀치를 맞아 쓰러져도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맷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설령 그런 맷집은 없더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침착함을 보여주는 '포커페이스'라도.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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