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026년 출범을 목표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행정구역 개편 문제로 엇박자를 내면서 시끄럽다. 오영훈 지사와 제주자치도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올해 도입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며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이에 발맞춰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행정시를 삭제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안과 동·서제주와 서귀포시를 설치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되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행정구역을 유지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 일명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1일 대표발의했다. 김한규 의원은 "제주시를 2개로 쪼개는 것이 제주시민들의 생활권이나 통근·통학권에 부합하지 않고, 지자체 통합이라는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월 한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서 제주시체제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후 김한규 의원에게 숙의형 원탁회의 과정과 행정체제개편위 권고안 제출 등 행정구역을 3개 시 체제로 나누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해온 제주자치도는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행정안전부가 제주형 기초지방자치단체 설치의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투표에 대해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도내, 그리고 도지사가 소속된 정당의 도당위원장이 제주자치도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선 김한규 의원의 발의 시점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오영훈 도정 출범 후 꾸준하게 논의해온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주민투표 실시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생뚱맞다는 얘기다. 제주시를 동·서로 나눠 3개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는 문제는 올해 1월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에 반영된 사안이고 이를 바탕으로 오영훈 지사가 2월 수용하고 7월 주민투표를 건의했기 때문이다. 문제 제기가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필자는 그동안 한라일보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3개 행정구역 체제, 그리고 명칭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행정체제 개편 용역을 맡았던 용역진은 3개 행정구역을 철저하게 인구기준 지역 형평성에만 중점을 둬 선정하면서 정치 민주성과 생활 편의성, 도시와 농촌의 고유 특성 보전 등을 무시해버렸고 개편 후에도 또다시 산남 홀대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한규 의원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의 적절성을 논의하고 이 또한 주민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자치도는 3개 행정구역으로 그대로 가겠다고 한다. 행정구역을 결정하면 다시 바꾸기가 쉽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적절한 시기인지 모른다. 이제 제주자치도의회가 중심이 돼 행정구역의 적절성에 대해 의견 수렴에 나서 중재안을 마련할 때다. 도의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위영석 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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