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소통(疏通)

[편집국 25시]소통(疏通)
  • 입력 : 2015. 07.16(목)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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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대충 이렇다. "올해 우리가 달성해야 할 핵심 목표는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켜서는 안 되며,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예로 든 문장은 지난 5월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으로, 그 발언을 나름 알아듣기 편하게 해석한 것이다.

최근 '박근혜 번역기'가 화제다. 알쏭달쏭한 박 대통령의 말을 '번역'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여기서 잠깐! 국어사전을 펼쳐보자. 번역(飜譯),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번역이라 함은 다른 나라의 글을 한글로, 우리 글을 다른 나라의 글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근혜 번역기'는 '한국말'을 '한국어'로 번역해 주고 있다. 왜? 박 대통령은 종종 얼른 분간이 안 되는, '창조적인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해 왔다. 이같은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누리꾼들이 '번역기'에 빗대 대통령의 불통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다시 국어사전을 보자. 통역(通譯), 말이 통하지 아니하는 사람 사이에서 뜻이 통하도록 말을 옮겨 줌. 쉽게 말해 번역은 글로 하는 것을 말하고, 통역은 말로 하는 것을 뜻한다.

창조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박 대통령의 말을 이해하려면 '번역'뿐 아니라 '통역'도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참고로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에서 '으뜸상'을 받았다. 번역과 통역이 필요 없는, 소통을 기대해 봐도 될까. <강봄 뉴미디어총괄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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