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마감이 있는 삶을 마감하며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마감이 있는 삶을 마감하며
  • 입력 : 2025. 01.16(목) 02:01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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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6년째 일간지를 만들다 보니 매일 마감을 했다. 익숙한 틀에 기존에 접했던 사안을 다루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늘 마음은 촉박하고 몸은 긴장됐다. 걸핏 보면 연관 없어 보이는 사안들을 하루 하나씩은 고사하고 1일 3개 사안, 심지어는 1시간 3개 사안을 다루는 날도 있었다. 불평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일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긴장을 늦추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가는 마감의 묘한 쾌감이었다. 참을성 없고 성격이 급한 데다 툭하면 '제가 왜요', '너는 뭔데'를 외치는 나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지 보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니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평온한 가운데 1분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어제 연습한 만큼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점은 덤으로 체득했다. 내 이름을 걸고 보도한 기사를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반드시 보고 있으며, 만인이 보도록 노출한 기사가 언제까지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니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기자의 역할이란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끄집어내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특별하지 않은 지점이 없었고, 누구의 경험은 하찮고 누구의 경험은 대단하다는 편견도 희미해졌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제부터 내게 어떤 일이 생길 텐데, 그 일들은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일들이 생긴다 해도 마음대로 넘겨짚지 않기로 했다. 그 놀라운 일들이 일상적인 일일지, 특별한 일인지 판단할 방법도 내겐 없다. 세상은 넓고 나는 자유롭다. 내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모두 내 책임이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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