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칼럼]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사색

[고경실칼럼]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사색
인문학에 길을 묻다<5>
  • 입력 : 2015. 07.20(월) 17:11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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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후의 나른함과 기둥에 걸려있는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에 육신을 덥처오는 졸음이 비껴가곤 하는 여름철 한 낮이다.

 눈을 감고 어린 시절 농촌풍경을 떠올려보면 이맘때쯤은 콩밭 한가운데 소나무 그늘 아래서 조금 전 시원한 냉 된장국 한 사발 먹은 것을 되새김하며 그윽한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기도하다. 한라산 자락에서 내달려온 시원한 소슬바람이 선녀의 드레스가 되어 나의 두 뺨을 어루만지면 그 감미로움이 지극한 경지에 이른다.

 동양철학의 정수라는 '중용'을 보노라면 이런 자연 즉, 천지라는 게 나와 다른 별도의 개체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나'라는 존재 속에 '하나된' 개념으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제주도발전연구원으로 옮긴 후 환경분야 석학이신 김태윤박사와 다양한 이슈에 대하여 담소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상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청정과 공존'에 대한 철학적 사유

 조용한 성품에서 일어나는 학문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제주의 자연가치에 대한 실용적 견해들은 현명한 도민들의 지혜를 집약한 것들로서 몇 번이고 들어도 싫증나지 않고 '도(道)'를 풀어내는 듯하여 감동을 받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청정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주말이면 이따금씩 사색하는 소재인 중용 속에 그 철학적 사유가 있음을 발견하고는 그 배가되는 기쁨을 누렸다. '천지'라는 개념이 하늘과 땅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인'으로 통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의 길이라는 거대함 속에 우리 인간의 길이 하나됨에 이르는 것이다. 늘 성실하게 변화하고 있는 이 대자연의 길은 자연 스스로 성실함 속에서 새롭게 창조되고 있고 또 자연 본성으로 회귀하면서 음과 양이 교섭하는 과정을 통해 운행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도 70조에 이르는 세포구조의 복잡 미묘한 형상으로 발전해 있고 지금도 쉼 없이 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는 문명을 창조하는 인간들이지만 끊임없이 본래의 자연의 이치에 내재된 성(性)으로 회귀 순환하는 지혜로움을 놓치면 패망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였다.

 중용에서는 인간에 부여된 본래적 성(性)이란 희· 노· 애· 락 이라는 감성이고, 이 감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하고, 이러한 감성이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서 유용하게 실현되는 것을 화(和)라고 해석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은 모든 것이 '혼자의 힘'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연은 별도의 대상으로 느끼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연을 이용하는 대상으로만 삼아서 훼손시키고 파괴해 버리는 것이 문명이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자연과 생존, 번식을 반복하는 나

 그러나 조용히 관찰해보면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자연 속에 있는 물, 바람, 태양, 달은 물론 나무와 꽃들이 숨 쉬는 동작과 함께 공존하면서 생존과 번식을 반복한다. 그러기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어떻게 공존의 틀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길을 창조적으로 열어 갈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道)에 이른다는 것이다.

 범위를 제주특별자치도에 좁혀서 보면 제주지역을 공동체 사회와 자연으로 나누는이분법적 틀 속에서 자연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논쟁의 실마리를 풀어내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곧 자연이라는 하나된 관점에서 보면 청정한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상호 교섭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길을 찾는 것이고 지속가능한 삶의 도(道) 즉, 그 길을 창조하는 지혜로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있는 최재천 교수가 말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은 협력적 경쟁관계며, 긴장관계'라는 것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전제로 한다. 어쩌면 오래 전 성자들에 의해 제시된 동양의 철학 속에 현대적 삶의 지혜가 함축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이슈를 제시하는 도민들도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 공동체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가치를 선양하는 것만큼 우리의 자연적 가치를 고양해야 하는 것이 과제이다. 우리 삶은 무한한 우주 질서 속의 한 파편이고 우리는 그 질서를 혼돈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부덕으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

제주사람과 자연간의 공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와 같은 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유용한 것들도 자연에 있는 것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사는 길이란 나의 전부인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면서 교섭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에도 담겨있는 자연(천지)의 이치를 우리 삶의 중심테마로 끌어들이고 이러한 문명의 정체성의 기저를 통해 우리가 미래를 설계할 때 세계사의 등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유럽 녹색도시들이 추구하고 있는 쓰레기 제로운동, 교통수단 50%이상을 자전거로 활용하기, 에너지를 절약하고 물 아껴 쓰기 등이 있다. 이러한 실용적 삶의 모습과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돌아보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더 많은 해법들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오늘도 땀을 흘리면서 그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천지(자연)가 제시하는 인간의 삶의 길을 바로 직시하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길을 찾아 나가는 길에 격조를 높이면 더 건설적인 우리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까하는 깊은 사유를 음미해본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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