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권운동 시기 미국사회상 담아내

흑인 인권운동 시기 미국사회상 담아내
하퍼 리의 '파수꾼'
  • 입력 : 2015. 07.24(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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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도록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사랑받는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의 두 번째 소설 '파수꾼'.

'파수꾼'은 하퍼 리의 유일한 소설로 알려져 있던 '앵무새 죽이기'의 초석과도 같은 작품으로 55년 만에 발견돼 2015년 7월 14일 한국을 포함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등 10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출간 전부터 초판 발행부수 200만부 확정, 인터넷 서점 아마존 예약판매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55년만에 출간된 하퍼 리의 두번째 작품인 '파수꾼'은 그 전까지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던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인 진 루이즈 핀치(스카웃)가 20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의 배경은 흑인 인권 운동의 움직임이 크게 일렁이던 1950년대 중반, 미국 앨라배마 주의 가공의 도시 메이콤이다. 뉴욕에 거주하던 진 루이즈가 고향인 메이콤으로 돌아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인이지만 이제 막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재판에서 흑인을 변호했고,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흑인 비하 일색인 소책자를 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이 되고 뒤따르는 실망과 분노, 갈등과 대립은 그녀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고 있었던 195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으며 그에 대한 백인들의 반발도 가장 심했던 앨라배마 주에서 나고 자란 하퍼 리는 작품을 통해 자기가 속한 세계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다. 자신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그려냈다. 하퍼 리가 자신이 살던 세상에 대해 얼마나 맹렬히 고민하고 갈등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는지, 정제되지 않은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상태인 소설 '파수꾼'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에서는 흑인을 향한 무차별 총기 난사 등 증오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는데서 빚어지는 사건들이 현재도 비일비재하다. '파수꾼'은 시대에 맞선 개인의 치열한 기록이며, 그 열기는 50년전 미국은 물론 지금 이 시대에도 식지않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을 깨닫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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