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세계유산본부 조직재설계 타당한가

[백록담] 세계유산본부 조직재설계 타당한가
  • 입력 : 2015. 08.31(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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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를 통틀어 국제보호지역이라 한다. 지구상에서 이 네개의 보호지역과 브랜드를 특정 공간에 모두 갖고 있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2000만 관광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동력도 여기에서 찾는다. 그래서 제주를 70억 세계의 보물섬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에 이어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얻은 후 제주에는 큰 숙제가 놓여졌다. 제주자연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브랜드 활용 활성화, 특히 국제보호지역에 걸맞는 세계 최상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는 물론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은 산림병해충 등 제주 산림환경의 위기 극복과 산림자원의 보전을 위한 조사·연구도 다급해졌다. 제주 자연보전과 브랜드 활용 활성화를 위해 향후 100년을 설계할 최상위의 싱크탱크를 구축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제주도정은 트리플크라운 관리연구 시스템과 관련해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반복해 왔다. 도청 본청에 있던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가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사업소로 재편되고, 한라산연구소는 도정이 바뀔 때마다 존폐의 희생양이었다. 원희룡 도정 출범 직후에는 한라산연구소를 없애려다가 언론과 도의회로부터 질타가 이어지자 세계자연유산관리단과 한라산연구소를 단순 통합시킨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급조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행정조직상(문화관광스포츠국, 환경보전국) 지도감독, 도의회, 중앙정부와의 연계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의 부산물이었다. 특히 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 국립연구기관(국립수목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관련 법률에 따른 업무 연관성에 있어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이었다. 이런 와중에 제주 트리플크라운의 가장 현안 중 하나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모니터링과 연구체계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100년 대계를 위한 싱크탱크는 말장난이자 헛구호였다.

제주도는 지난주 조직진단 연구용역(한국능률협회컨설팅) 최종보고서를 통해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의 조직재설계를 예고했다. 현재 4급의 연구원을 3급의 세계유산본부로 격상시키고 문화재부와 세계유산한라산연구부 등 2개 부 체제로 바꾸는게 골격이다. 특이한 것은 본청의 문화재정책과 문화재관리 업무를 세계유산본부로 넘기려는 시도다. 문화재 총괄 관리를 위해 도 본청(문화재관리)과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의 기능(세계유산정책과, 자연유산관리과)을 통합해 문화재부를 신설한 것이다.

이번 재편안을 들여다본 관련 전문가 등은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선 세계유산본부의 중심 기능이 트리플크라운에서 문화재관리 업무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자연유산 총괄 관리를 위한 한라산연구부를 신설하면서 세계유산관리과는 문화재부에 두는 것도 모순이다. 조직체계상 문화재청, 환경부, 산림청 등 중앙부처와의 원활한 업무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 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연구를 위한 고민도 재설계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유네스코 3관왕 제주 국제보호지역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 최상위의 연구기능 강화는 요원하다. <강시영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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