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가구점 운영하는 이성호씨 부부

[제주愛 빠지다]가구점 운영하는 이성호씨 부부
"이웃과 어울리며 살고 싶어요"
  • 입력 : 2015. 09.04(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이성호씨 부부는 "이웃들과 어울리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민기자

우울증 치료 제주서 새로운 삶
가구점 운영하며 나눔봉사 적극
매년 복지관에 가구 무상 기탁

1999년 이성호(48)씨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온몸이 아팠지만 병원에서는 딱히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이씨에게 그 무렵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전화는 제주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아는 형님에게서 걸려온 것이었다.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에 그는 망설임 없이 제주행을 택했다.

이씨는 "당시에는 우울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며 "변화가 필요했다. 왠지 제주에서라면 우울증도 치료되고, 새롭게 삶을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소회했다.

이듬해 이씨는 부인 김영희(45)씨와 큰 딸의 손을 잡고 경기도 성남을 떠나 제주로 내려왔다. 그 때부터 눈 코 뜰새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았다. 이씨는 부인과 함께 아는 형님이 운영하는 가구점에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했다. 그렇게 6년을 쉴새 없이 일한 끝에 그는 지난 2006년 자신이 일하던 가구점을 인수할 수 있었다. 현재 민속오일시장 입구에서 파로마가구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 부부는 최근 해태동산 입구에 시몬스침대 신제주점도 오픈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쁜 삶 덕분이었을까. 이씨를 괴롭히던 우울증도 어느 순간 말끔히 사라졌다. 또 제주에서 이씨 부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둘째 딸과 막내 아들을 얻는 기쁨까지 누렸다.

이씨는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제주도 사람이 외지인에게 다소 배타적이어서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누군가 먼저 다가와주길 기대해서는 안된다. 제주도민으로 살아가려면, 우리가 외지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먼저 그들의 삶 속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에게 다가가는 삶은 봉사로도 이어졌다. 이씨 부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복지관에 가구를 무상으로 기탁하고 있다. 연간 지원하는 가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만원 정도다.

이씨는 "하루는 복지관 직원이 가구를 구매하려고 우리 가구점을 방문했는데, 돈이 없어 가구를 못 사는 이웃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선뜻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봉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힘 닿는대로 기부 봉사를 계속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씨 부부는 앞으로의 꿈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연신 손사레를 쳤다. 오히려 이씨 부부는 지금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특별한 꿈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이씨 부부는 행복의 기준에 이웃을 빼놓지 않았다. "굳이 꿈을 얘기하라면 이웃들과 어울리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삶, 이 정도 아닐까요."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52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