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1)사려니숲길 입구~천미천~삼다수숲길<br>~말찻오름~붉은오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1)사려니숲길 입구~천미천~삼다수숲길<br>~말찻오름~붉은오름
가을 문턱의 숲이 몰래주는 선물 ‘설렘’에 빠져들다
  • 입력 : 2015. 09.18(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려니숲길 입구를 출발해 천미천과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10㎞에 이른다. 1 참가자들이 천미천을 걷고 있다. 2 붉은오름 정상. 3 4 숲길을 걷다 눈에 띈 천미천 소(沼)와 양하. 강희만기자

천미천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가는 재미 물씬
"안개 품은 붉은오름 정상 오르니 심신이 시원"


여름이 가는 것을 시샘하듯 하늘이 흐리다. 비 소식도 있다고 했는데 투어 참가자들의 얼굴에선 근심이 보이지 않는다. 투어가 끝난 후 알았다. 숲의 매력은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을.

9월 5일 열린 제11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사려니숲길 입구를 출발해 천미천~삼다수숲길~말찻오름~붉은오름으로 이어진 약 10km 코스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을 실은 버스가 사려니숲길 입구에 도착했다. 반갑다. 친구, 가족들과 짬짬이 걸어봤던 길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지 5분쯤 지났을까. 천미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래킹연구소장이 참가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천미천을 가로질러 숲속을 지나겠습니다." 에코투어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다. 남들이 걷지 않은 길, 숲이 간직한 숨은 매력을 찾아가는 설렘을 선사한다. 천미천에 들어서니 병풍처럼 하천을 둘러싼 나무가 시선을 잡는다. 한줄기 바람이 불자 나뭇 가지들이 일렁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쏴악 쏴악.

천미천은 건천으로 평소에는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예고된 비 소식이 이때쯤 들려오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천미천을 끼고 걷고 걸어 그늘진 숲 속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대더니 곧바로 시야에서 모습을 감췄다. 너 나 할 것없이 쪼그리고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다. 한 참가자가 소리를 질렀다. "심봤다."

양하다. 봄에는 부드러운 순이 올라와서 데쳐 쌈장에 찍어 먹는다. 양하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데, 이 꽃의 어린순을 먹는다. 가을의 양하는 추석 전후에만 먹을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다. "심 봤다"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삼다수 숲길에서 만난 야생 버섯도 흥미롭다. 이권성 소장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조그마한 버섯을 가리켰다. 3cm 남짓한 크기의 이 버섯은 모습처럼 앙증맞게 달걀버섯이란 이름을 가졌다.

맛이 참 좋다는 데 아무도 달걀버섯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주는 숲을 위한 탐방객들의 세심한 배려라 생각했다. 삼다수 숲길에서 말찻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이처럼 진귀한 버섯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름 모를 버섯들을 카메라에 담는 일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말찻오름은 경사가 완만해 나같은 초보 탐방객들도 오르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오름 정산은 오히려 평평한데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숲에서 채취한 곰취에다 밥을 싸 한입 가득 물었다. 알싸한 향이 입안을 맴도는 게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한 주 내내 조미료에 지쳤던 입이 호강을 한다. 식사를 끝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점점 굵어졌다. 붉은 오름까지는 앞으로 한 시간을 더 가야하는데. 우비 없이 탐방에 나선 내 자신을 원망했다. 오름 정상을 벗어나 숲 속으로 다시 들어서는 데 갑자기 빗방울이 가늘어진 느낌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이름 모를 나무들이 온몸으로 비를 받아내고 있다. 비를 머금은 나뭇잎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낸다. 덕분에 걱정도 한시름 덜었다. 다만 땅은 미끄럽다. 한걸음, 한걸음에 무게를 실어 내딛는다. 느리게 사는 법을 여기서 배우게 될 줄이야.

붉은오름은 내린 비로 자연스레 안개를 품고 있었다. 마치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붉은오름은 말찻오름과 달리 경사가 다소 가팔랐다. 10분 정도 오르니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먼저 정상에 도착한 탐방객들이 힘을 돋운다. 드디어 정상. 가쁜 숨을 토해내기가 무섭게 비를 머금은 시원한 공기가 가슴을 찔렀다. 시원하고, 또 시원하다. 이마에 흐르던 땀도 어느새 빗방울이 훔쳐갔다.

투어를 마친 참가자들의 얼굴이 한결 가벼워보인다. 다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이날 에코투어에 참가한 강영미(47·여)씨는 "길잡이의 안내를 받으며 평소에는 걸을 수 없는 곳을 탐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면서 "그야말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49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