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국정화정책의 숨은 의도

[월요논단]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국정화정책의 숨은 의도
  • 입력 : 2015. 09.21(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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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육문제의 현안은 2015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둘러싼 공방이다. 사실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의 일환이기에 쟁점은 2015교육과정 개정에 있다. 현재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이 발표되고 관련 공청회가 개최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개편 때마다 늘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새누리당 정권이 등장한 이후처럼 잦은 교육과정 개편과 논란이 컸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대략 5년 주기로 개정해 오던 교육과정을 제7차 교육과정 이후부터 수시개정체제로 바뀌었다. 그것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교육과제와 교육요구를 신속하게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시도된 2007교육과정은 불행히도 제대로 적용해보지도 못하였고, 새누리당 정권의 등장과 함께 교육과정 개편의 수난사가 시작되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총론과 각론을 포함하여 무려 12차례나 교육과정을 바꿔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었다. 학교현장에서는 동시에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혼란을 겪었고, 학생들은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적용받기도 하였다.

더 큰 문제는 정권마다 교육과정 개편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이 개정한 것을 박근혜가 정부가 바꾸고 있다. 교육과제와 교육요구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할 객관적이고 긴급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전·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과정 개편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자신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읽을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은 국영수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인간을 기르는 교육에 불과했고, 현 정부의 교육과정 개편은 교과서 국정화 정책기도에서 보듯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관점과 해석만을 진리로 고집하려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가 합의된 가치와 수능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계기는 지난해 교학사 국사교과서 파동에서 비롯되었고 속뜻은 이른바 좌편향 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보수단체와 새누리당 정권의 이해를 반영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특히, 이 정부는 5·16을 재해석하고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정당화하고 싶은 요구가 강할 것이다. 그래서 이승만을 건국의 국부로 치켜세우고, 제주4·3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역사적 평가와 해석을 바꾸고 싶어 한다. 제주도민들은 지난해 교학사 국사교과서가 4·3을 왜곡·폄하하면서 유족들을 비롯해 도민사회를 아프게 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을 바꾸려는 시도는 끝장내야 한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고, 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 그들도 교육과정을 바꾸려는 명분과 유혹을 갖게 된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의 실험대상이 절대 아니다. 지난 7차 교육과정 이후에 합의한 교재관은 '전범'(典範)으로서의 교재가 아니라 '자료'로서의 교재관이다. 교재란 객관적 진리를 담고 있는 경전(經典)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거리로 삼는 자료로 여기는 관점이다. 검정교과서를 채택한 이유이다. 사회현상이나 역사를 보는 특정한 관점을 주입하려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사회현상과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과 절차에 초점을 두는 교육을 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관점과 해석을 담고 있는 다양한 교재가 필요하다. <강봉수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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