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8) 실전 모의고사(고교 인문사회 논술문제)

[톡톡튀는 논술학교](8) 실전 모의고사(고교 인문사회 논술문제)
  • 입력 : 2015. 09.24(목)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다음 제시문들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터스키지 매독 실험'은 미국 연방 정부 산하 공중 의료 서비스국이 시행한 것으로, 40년 동안 미국 남부에 사는 399명의 흑인을 대상으로 매독 환자가 페니실린 등의 처치를 받지 않으면 말기에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행해진 연구이다.

이 실험은 1932년 앨라배마 주의 매콘 카운티 빈민 지역 교회에서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흑인 남성에게 주사를 맞으면 무료로 건강 검사를 해주고 공짜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고 유인하여 행해졌다. 40년 동안 399명의 흑인 남성은 매달 한 번씩 의사로부터 혈액을 추출 당했고, 이들은 주사를 맞은 직후 극심한 매독 질환에 시달렸으나 치료제를 제공받지도 못한 채 '나쁜 피'라는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 갔다. 더 끔찍스러운 점은 페니실린 등 매독 치료제가 잇달아 개발되었지만, 매독균 감염자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종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실험을 40년씩이나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1972년에 한 언론사에서 이 사실을 폭로했는데, 그동안 399명 중에서 28명은 매독으로, 100명은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 40명의 부인이 같은 질병에 걸렸고, 19명의 신생아가 선천성 매독으로 태어났다.

이 사실이 알려진 1972년에도 이 보도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으나,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족이 보상을 받았고, 1997년에는 대통령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나) 신체 각 부위의 움직임은 표현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머리의 움직임은 환희, 무아지경, 비애 등의 정신과 지성을 나타내며, 가슴 부분의 움직임은 의욕과 노력 등의 의지나 의기소침, 나태함 등을 상징한다.

또한 신체의 움직임이 차지하는 공간의 범위, 위치, 크기, 높낮이, 방향, 경로, 초점 등이 달라지면 전달되는 느낌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같이 움직이는 모둠이 원형으로 대형을 구성하면 화목, 원만함 등을 나타내며, 모둠이 곧은 직선으로 대형을 바꾸면 흐름, 무한함 등의 느낌을 준다. 여러 사람이 모여 움직임을 같이하면 단결, 친밀, 강함 등의 인상을 주며, 혼자 움직이거나 여러 사람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움직이면 외로움, 혼란 등의 느낌을 준다.

한편 신체의 움직임은 시간적인 리듬, 속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리듬이 규칙적인 움직임은 안정된 느낌, 불규칙적인 움직임은 불안정하고 변화되는 느낌을 준다. 속도가 빠른 움직임은 경쾌하고 밝은 느낌을 자아내며, 느린 움직임은 어두운 느낌을 만든다.

신체의 움직임은 힘의 강함과 부드러움, 무거움과 가벼움 등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강한 움직임은 적극적인 느낌을, 부드러운 움직임은 소극적인 느낌을 주며, 무거운 움직임은 안정된 느낌을, 가벼운 움직임은 밝은 느낌을 준다. 신체의 움직임이 계속적으로 연결되거나 단절되는 움직임의 흐름도 중요하다. 움직임의 흐름이 단절되면 적막하고 답답한 느낌을 주며, 움직임의 흐름이 계속적으로 연결되면 활기차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표현의 느낌은 신체 표현을 하는 사람의 위치나 동작을 공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달라진다. 움직임의 공간적인 변화는 움직임의 공간적 구성 형식인 균형, 통일, 조화, 대조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일대에는 '플레이펌프'라고 불리는 물펌프가 있다. 플레이펌프의 원리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돌리며 노는 빙빙이가 관정 바로 위에 설치되어 관정 아래의 물펌프를 돌리도록 설계된 것이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빙빙이를 돌리며 놀면, 관정으로 물이 펌핑되고, 이렇게 끌어올린 물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5m 높이의 물탱크에 저장된다. 아이들이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물 1ℓ가 퍼올려진다고 한다. 동시에 20명 정도가 함께 놀 수 있는데, 아이들은 1분에 평균 20~30바퀴 정도를 돌린다.

한편, 그냥 놔두면 사라져버리는 에너지들을 끌어 모으는 기술을 에너지 하비스트라 한다. 예를 들면, 기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 나오는 바람으로 풍력발전을 한다든지 자동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발생하는 충격을 이용해 가로등을 켠다든지 하는 아이디어가 모두 에너지 하비스트 분야에 속한다. 현재 고가의 열전모듈로 사람의 체온을 전기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손으로 쥐기만 하면 체온으로 핸드폰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먼 미래의 얘기이지만,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체온을 통해 심전도기를 무(無)전원으로 만들 수도 있고, 환자의 체온과 심박동 데이터를 무선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시작되고 있다.

셉 파라디소 교수는 이용자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기생전력'이라 표현했는데, 기생전력은 신체의 체온 이외에도 호흡, 혈압, 팔 흔들림 등에서 하비스트가 가능하다. 사람의 날숨에서 발생하는 공기압으로부터 0.4W, 혈압에서 0.37W, 대화를 나누거나 걸을 때 무의식적으로 흔드는 팔의 움직임에서는 0.33W 정도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라) 영희의 이야기를 나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영희는 독일 하스트로 호수 근처에 있다는 릴리푸트 읍 이야기를 했다. 자세히 듣지 않아도 슬픈 이야기였다. 돌아간 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나려고 했다. 릴리푸트 읍은 국제 난쟁이 마을이다. 여러 나라의 난쟁이들이 그곳에 모여 살고 있다. 키가 칠십팔 센티미터로 세계에서 제일 작은 사나이인 터키인 난쟁이도 최근에 그곳으로 이주했다. 릴리푸트 읍의 난쟁이 인구는 늘어만 간다. 릴리푸트 읍을 제외한 곳은 난쟁이들이 살기에 모든 것의 규모가 너무 커서 불편하고 또 위험하다. 난쟁이들에게 릴리푸트 읍처럼 안전한 곳은 없다. 집과 가구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용품의 크기가 난쟁이들에게 맞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는 난쟁이의 생활을 위협하는 어떤 종류의 억압, 공포, 불공평, 폭력도 없다.

'행복'이라고 영희는 썼다. 영희는 돌아간 아버지를 생각했다. 나는 영희의 눈에 눈물이 괴는 것을 보았다. 릴리푸트 읍 같은 곳에서 아버지는 살았어야 했다. 아무도 "난쟁이가 간다."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스트로 호수 근처에 살았다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타살당한 아버지'라는 말을 영호가 했었다. 나는 영호의 말을 막을 수 없었다. 깊고 캄캄한 벽돌 공장 굴뚝 안을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아버지의 몸은 작았지만, 아버지의 고통은 컸었다. 아버지의 키는 백십칠 센티미터, 몸무게는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은강 생활 초기에 나는 아버지의 꿈을 자주 꾸었다. 아버지의 키는 오십 센티미터밖에 안되어 보였다. 작은 아버지가 아주 큰 수저를 끌어가고 있었다. 푸른 녹이 낀 놋수저를 아버지는 끌고 갔다. 머리 위에서는 해가 불볕을 내렸다. 아버지에게 그 놋수저는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불볕 속에서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지친 아버지는 키보다 큰 수저를 놓고 쉬었다. 쉬다가 그 수저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아버지는 불볕을 받아 뜨거워진 놋수저 안에 누워 잠을 잤다. 나는 수저 끝을 들어 아버지를 흔들었다. 아버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버지의 몸은 놋수저 안에서 오므라들었다. 나는 울면서 아버지의 놋수저를 잡아 흔들었다.



(마)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 종일 손익관리대장경(損益管理臺帳經)과 자금수지심경(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 철저히 고행 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 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 현황 매출 원가 영업 이익 재고 자산 부실 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 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장좌 불립(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 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 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 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 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바) 플라톤 이래 서구 사상은 이원론적 사상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는 세계를 이데아 세계와 현상 세계로 나누었는데, 이데아 세계는 진실하고 영원한 세계이고, 현상 세계는 단지 이데아의 모방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다. 플라톤 이후 그리스도교를 거치면서 서구 사상은 지속적으로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고찰하였다. 천국과 지옥, 내세와 현세, 영혼과 육체 등의 이분법은 바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은 17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들어서서는 더욱 확고부동한 인식의 틀로 정립되었다. 계몽주의 시대에 들어와 도구적 이성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이성을 통해 자연과 육체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 사상가 베이컨은 "자연은 구속되어야 하고, 과학자의 목적은 고문을 해서라도 자연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서양의 근대적 사유 구조에서는 인간-자연의 이분법과 함께, 정신-육체, 문명-자연 등의 이분법이 생겨나게 되었고, 근대인들은 이분법의 구성 요소들 중에서 철저하게 전자에게 우위를 부여하였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유 방식은 지속적으로 다른 영역에까지 확장되어 사실과 가치의 분리, 경제와 윤리의 분리, 과학과 도덕의 분리 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근대 서구에서 진행된 이러한 분리는 사회 제반 영역의 끝없는 분화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현대인의 소외와 물신화, 문명에 의한 인간의 획일화 등 수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문제 1] '신체'를 주제어로 삼아 제시문 (가), (나), (다), (라)의 논지의 차이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서술하시오. (600자 내외 / 40점)



[문제 2] 제시문 (바)의 논지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와 (마)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각각 비판하시오. (400자 내외 / 30점)



[문제 3] (바)에서 제시하는 다음 이분법 중 한 개를 선택하여, 문제점과 대안을 각각 사례를 들어 제시하시오. (600자 내외 / 30점)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 문명과 자연, 사실과 가치, 경제와 윤리, 과학과 도덕>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95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