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칠순 기념 수집품 전시 호근동 강석금씨

[한라人터뷰]칠순 기념 수집품 전시 호근동 강석금씨
"화려하고 값비싼 골동수집품 부럽지 않아"
  • 입력 : 2015. 10.15(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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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호근동에서 '칠순 기념 각종 수집품 전시회'를 열고 있는 강석금씨. 그가 농사일 틈틈이 50여년간 수집해한 각종 자료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진선희기자

"값나가는 화려한 수집품은 없습니다. 그저 이것저것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수십년 동안 수집하고, 정리하고, 예쁜 옷 입히고, 고운 방석 깔아서 앉혀놓으면 화려하고 값비싼 골동수집품 부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고 자란 서귀포시 호근동의 호근마을회 복지회관과 호근새마을금고 두 곳에서 지난 13일부터 '칠순 기념 각종 수집품 전시회'를 열고 있는 강석금씨. 지금껏 감귤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농부인 그가 써놓은 '초대의 글'은 소박했지만 방문객들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농사일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그가 모아놓은 수집품을 펼쳐놓았더니 그곳에 굽이쳐온 지난 시대의 얼굴이 있었다.

농사 틈틈이 50여년 모은 각종 자료 5천여매
우표·승차권·복권·전단지 등 시대상 한눈에


스무살 무렵부터 돈을 아껴 1~2장씩 우표를 사모은 일이 시작이 됐다. 70대 농사꾼이 그렇게 지난 50여년동안 수집하고 5년간 정리해 이번에 공개한 수집품은 우표 768매, 입장권·관람권 528매, 승차권 624매, 전화카드 480매, 복권 480매, 담배포갑지 448매, 음악·연극·영화 입장권 512매, 지폐와 주화 416매, 크리스마스실 160매, 껌 포장지 272매, 성냥 352매 등 모두 합쳐 5168매에 달한다. 이는 자료 개개의 숫자가 아니라 A4 용지 정도 크기에 1~2점이나 4~5점씩 붙여놓은 대지의 매수를 말한다. 낱개로 세었을 땐 엄청난 규모의 수집품이다.

향수어린 1950~60년대 수집품 등 전시 자료들은 사회상을 반영하고 시대 변천사를 드러낸다. 인터넷 발권으로 지금은 사라진 노선별 에드몬슨 철도승차권은 특히 그가 애착을 갖는 자료다. 우표는 1884~1905년 구한국우표, 기념우표, 항공우표, 자선우표, 연하우표 등이 전시됐다. 관광지 입장권의 경우엔 제주는 물론 서울, 부산, 광주·전남 등 전국을 대상으로 수집했다. 초기의 복권에서 즉석식 복권까지 우리나라 복권의 역사도 읽을 수 있다. '검사와 여선생' 등 1940년대 무성영화 시대 전단지도 나왔다.

강씨는 밭일을 못나가는 눈·비오는 날엔 종일 자료를 모으고 분류해왔다. 그간 수집품을 주제별로 나누고 도움말을 덧붙이기 위해 백과사전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들여다봤다. 이를 토대로 전시장에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 글씨체로 되살아난 해설 문구가 달렸다.

그는 "내가 죽고 나면 이것들이 쓰레기가 될 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모아온 각종 수집품을 호근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1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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