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이웃나라 노벨상이 전해주는 전차지감(前車之鑑)

[월요논단] 이웃나라 노벨상이 전해주는 전차지감(前車之鑑)
  • 입력 : 2015. 10.19(월)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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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요즘 중국과 일본은 잔칫집 분위기다. 미국은 이미 35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 노벨상 강국이며, 아시아에서는 수상자 21명 확보한 일본이 서방의 독식에 맞서 날고 있고, 그 뒤를 중국이 뛰고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 투자, 주입식 교육의 한계라는 원론적 핑계가 과연 향후 노벨상 수상을 예견할 수 있을지 되새겨 봤다.

교육이 사회구조의 종속변수임은 맞다. 그러나 그 사회구조가 바뀌고 교육개혁이 일어나면 창의적 연구자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일순간 바뀌고, 자기실현과 자아 성장을 목표한 교육이 절로 살아날 수 있을까? 사회구조적 현실의 한계를 안고 있는 현 시점에 과연 우리 국민은 내면에 이상적인 교육과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책과 사회구조의 해결을 강하게 희망하고 그 변화를 위해 스스로 일조하고 있을까?

중국과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중국에서는 전교생이 1교시 전 중국어 책을 다 같이 낭독했던 일이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서 잠도 깨고 집중도 돼 서서히 공부할 준비가 되고 공부하고자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교실 바닥에 앉아 토론하고 팀 프로젝트를 했던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이 모아지는 과정이 좋았다며 덧붙이길 "한국학교는 손으로 공부하고 미국학교는 입으로 공부한다"고 했다. 손으로 공부하는 것은 받아쓰고, 혼자 정리하고 암기하는 작업인 반면 입으로 공부하는 것은 말하고 듣는 작업으로, 상대가 있고 대화와 설득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서양에서 배려와 소통, 대화법과 레토릭에 더 능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학습자의 자유의지와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인본주의'의 교육을 체험한 것이리라.

친구하나 없는 곳에 덩그러니 떨어져 유학하면서도 단 한번 불평 없던 딸아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지 2년 쯤 됐을 때, 한국 학교는 '갇힌' 느낌이라며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흐느끼는 등을 쓰다듬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갇힌' 교육, 획일화된 교육은 학습의 자유의지 뿌리를 짓밟아 창의라는 열매를 거둘 수 없게 하고, 자율적 성장을 무기력하게 한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는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최고"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고 30~40년 후 노벨상 수상의 열매를 거두는 자율적 성장을 위해 과연 우리는 지금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어떤 정책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며, 완벽한 사회구조는 있을 수 없다. 사회구조와 환경에 종속되고 수동적이 되기에 인간은 훨씬 더 창의적이다. 잠재력이라는 세포가 살아있고, 자율적 성장과 자아실현이라는 욕구가 꿈틀거린다. 바뀌어야만 할 수 있다는 핑계대신, 국민 모두가 같은 목표로 각자의 현장에서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성장하고 창의적이고자 애써보자. 최소한 창의적이고자 한계에 순응하지 않고 매진하는 혁신가(Innovator)를 끌어내리지는 말자.

연구자와 기술자가 높이 평가 받고, 한 분야에서 평생 파고드는 직업문화가 꽃을 피우고, 지방대에서 학사학위만으로 노벨상을 받고, 회사원 출신도 시골대학에서도 노벨상을 수상하는 날을 갈망한다. 특성화고 출신 90% 학생들이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학벌주의의 아이러니에서 벗어나, 취업의 벽을 미끼로 교육의 취지를 망각하는 교육현장의 아이러니에서 벗어나, 우리 중의 누군가가 노벨의 유언을 실천한 것으로 인정받는 날을 갈망한다. <배서현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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