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관 무죄선고 받고 공식무대 복귀한다

송대관 무죄선고 받고 공식무대 복귀한다
  • 입력 : 2015. 10.20(화) 17:38
  • 온라인뉴스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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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멋진 밴드 연주에 노래를 부르니 기분 죽이네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흘러나오자 어깨를 들썩이며 특유의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었다. 그의 표정에는 흥겨움이 묻어났고 “음악 죽이네”, “기분 좋다”는 추임새까지 연신 흘러나왔다. 19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5 저작권과 함께하는 실연자 콘서트’(이하 ‘실연자 콘서트’) 무대 리허설에 오른 가수 송대관의 모습이었다.

1967년 트로트 곡 ‘인정 많은 아저씨’로 가요계에 데뷔해 50여 년을 가수로 살아오며 수천 번 아니 만 번도 넘게 오른 무대다. 송대관의 표정에는 넉넉함이 묻어났지만 이날만은 멋쩍어 하면서 무대에 오른 신인 가수처럼 보였다.

한국 트로트 가수의 대명사로 불렸던 송대관이 2년 6개월 동안 대중의 눈길에서 사라진 것은 한 사건에 직·간접 연루되면서 였다.

송대관은 아내 A씨와 함께 2009년 충남 보령 토지개발사업에 투자를 권유, 지인들로부터 약 4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그는 다행히 지난 8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를 선고 받은 후에도 자숙하는 의미에서 대중 앞에 서지 않았다. 그가 선 공식적인 첫 무대가 바로 19일 저녁 열렸던 ‘실연자 콘서트’였다.

송대관은 공연 후 포커스뉴스와 단독으로 만나서 그간의 힘들었던 심경과 무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놨다.

리허설 당시의 흥겨운 모습을 언급하자 송대관은 쑥스러운 듯 “그걸 봤어”라고 되물으며 “무대는 계속 서왔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무대에 오르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굉장히 신이 났다”며 특유의 구수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공식적인 컴백 무대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네자 송대관은 “그렇게 볼 수 있다. 내게는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아직은 한 단계가 남아 있어서”라며 뒷말을 흐렸다. 그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현재 검찰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한 것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아직 모든 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공식적인 자리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럼에도 ‘실연자 콘서트’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먼저 실연자 콘서트는 모든 음악인의 축제니까 나오고 싶었다. 그리고 이곳에 나와 건재함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며 “사람은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송대관은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지난 2년 6개월 동안 거의 죽은 목숨처럼 살았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없다”며 “지상파 방송 출연도 정지당하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순간에 많은 걸 잃은 송대관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인기와 돈은 둘째 치고 무대에 대한 갈급함은 그를 눈물짓게 했다.

“집에서 TV를 보며 ‘내가 있어야할 곳은 저기인데 방구석에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고, 슬픔을 못 이겨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난 결백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집사람이 벌인 문제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회생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힘든 순간 송대관의 위로가 된 건 바로 자신의 노래였다. ‘해뜰 날’이나 ‘유행가’처럼 누군가에게 힘을 주기 위해 불렀던 곡들을 홀로 읊조리며 마음을 달랬음을 고백한 그는 “ ‘해뜰 날’, ‘네 박자’, ‘차표 한 장’, ‘유행가’ 등 내 곡들은 대부분 진한 인생을 노래한다.

그러다보니 가수인 나도 부르다 보면 힘이 되곤 한다. 요즘은 신곡 ‘딱좋아’라는 곡을 자주 부른다. 가사가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 눈물도 흘렸다/ 원망도 해봤다/ 삶에 지쳐 쓰러져도 봤다/ 후회를 말자 / 더도 말고 덜고말고 지금이 딱 좋아’라는 내용인데 정말 내 삶을 그대로 투영시킨 노래라 나도 부르면서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비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이번 사건은 송대관이 그동안 잊고 지내던 가수로서의 초심을 떠올리게 한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섭외 문의가 들어오면 돈이나 장소 등의 조건을 물으며 까다롭게 굴었는데 요즘은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다 보니 팬들을 찾아가는 진정한 가수가 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 일이 마무리 되면 진정한 내 팬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려 해요. 이제 나이가 들어 원로가수의 문턱에 와 있는데 추하지 않은 가수 생활을 해야죠. 팬 앞에서는 항상 건방지지 않은 겸손한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한편 송대관의 컴백 무대로 관심을 모은 ‘2015 저작권과 함께하는 실연자 콘서트’는 1988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의 주최로 진행되는 공연으로 송대관을 비롯해 현철, 김혜연, 조항조, 박상민, 손승연, 박애리(국악), 유미자(소프라노) 등 각 장르의 뮤지션이 대거 출연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송순기 회장은 “음악실연자들에게도 저작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그리고 문화 소외 계층이 공연을 통해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전했다.[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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