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 일·가정 양립정책, 방향 변화가 필요하다

[목요담론] 일·가정 양립정책, 방향 변화가 필요하다
  • 입력 : 2015. 10.22(목)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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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며칠 전 '제주형 생활체감 양성평등정책 수립을 위한 도민토론회'를 통해 향후 4년간의 양성평등 정책의 핵심 아젠다를 발표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기조강연에서 양성평등정책의 두 가지 방향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진을 통한 사회적 지위 향상'과 '일·가정 양립 지원'을 제시했고 양성평등정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제주도가 일·가정 양립을 양성평등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선정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 나아가서 일·가정 양립정책은 반드시 성평등 관점에 기반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일·가정 양립이란 말 그대로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가정 양립이 되지 않으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되는데, 우리사회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을 퇴장하여 '경력단절' 여성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주의 직장인 중에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올해 5월 도내 20-64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제주지역 여성정책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여성의 54%, 취업 남성의 37%가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육아기 주 연령대인 30대 취업 여성의 74%, 30대 취업 남성의 38%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조사결과에서 보듯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에 성별 격차가 뚜렷하다. 특히 영유아 자녀양육의 주 연령층인 30대 취업자의 경우, 여성의 일·가정 양립 어려움이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일·가정 양립의 고충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일·가정 양립정책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담론이 형성되고, 제도 이용도 여성에게 집중돼 왔다. 일례로 2014년 우리나라 육아휴직의 경우 이용자 7만6833명 중 남성은 3421명으로 4.4%에 불과했다.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우리나라 보육연령대 아동의 80%정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현실이다.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휴직 후 직장 복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노동시장 재진입은 쉽지 않다.

일·가정 양립 어려움의 본질은 '여성'의 육아문제 이전에 우리사회가 일과 가정생활을 똑같이 가치 있는 영역으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고 본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장시간 근로문화는 일을 가정생활보다 더 중시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일=남성, 가정=여성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 관행을 깨고, 남녀 모두 일과 가족생활을 균형있게 영위하도록 정책이 변화돼야 한다. 특히 남성이 가정 영역으로 들어가서 가사·육아 및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변화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남녀 근로자 모두의 가족생활 시간 확보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번 도민토론회를 계기로 제주도가 남녀 모두의 일·가정 균형을 지원하기 위한 일·가정 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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