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 과잉 대응이 백번 낫다

[편집국 25시] 과잉 대응이 백번 낫다
  • 입력 : 2015. 11.05(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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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과잉 대응하는 편이 낫다."

지난 6월 제주도교육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다녀간 도내 모 호텔의 직원들 자녀에게까지 등교 자제를 요청한 것을 두고 '비 교육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석문 교육감이 한 말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청이 우려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확진 환자가 다녀간 이후 제주지역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려한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도교육청의 조치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정부가 메르스 초기 방역에 실패했던 이유도 과잉 대응 때문이 아니라 안일한 대응 때문이었다.

올해 2월 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망막박리를 치료하기 위해 눈에 가스를 주입하는 시술을 받은 환자 5명 가운데 3명이 시력을 상실하는 일이 있었다. 병원 측은 사고의 원인을 의료 과실이 아닌 가스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병원 측은 가스에 대한 성분분석을 식약처, 산업부, 가스공사, 보건복지부 등에 의뢰했지만 이들 부처·기관은 서로 "소관부서가 아니"라며 공을 넘겼다. 경찰은 지난 9월 말부터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시간은 흐를 때로 흐른 뒤였다.

수개월동안 관계 부처·기관은 논란의 가스가 전국 병원에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 조사하지 않았고 사용 중단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용중단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할 수 없다. 우선적으로 논란의 가스에 대한 사용 중단 명령을 내리고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순서다.

만약 경찰 수사 결과 가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보건 당국은 어떤 궤변을 할 것인가. 논란의 가스로 시술을 받아 실명하는 환자가 또 나타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묻고 싶다. <이상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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