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 자연 + 사람 = 문화

[목요담론] 자연 + 사람 = 문화
  • 입력 : 2015. 11.05(목)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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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보물들이 참 많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을 시작으로 람사르습지, 세계자연유산, 인류의 무형유산,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또 다른 문화유산이라 볼 수 있는 밭담이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년에 한번 꼴로 우린 정말 벅찬 감격의 환호를 질렀다.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보호 및 활용 프로그램 총 7개 가운데 우리 제주가 세계기록유산을 뺀 나머지 6개의 타이틀을 쥐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70~80년대의 비행기 타는 게 큰 위세였던 시절 통돼지에 신기해하고, 용두암에 감탄하던 그 자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광인가 했다. 그러나 세계유산이 제주대표 관광상품으로 포장된지 근 10년 사이에 관광객 500만명에서 1150만명, 관광수입 1조원에서 7조원 시대를 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우수한 자연 상품 속에서 옛 사람들의 생명이 느껴지는 제주의 문화는 어디에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왜일까?

분명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에서 산신령이 타고 다녔던 백록이 물을 마시고 있었고, 설문대할망의 커다란 손으로 제주도라는 형상을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점은 제주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1000년의 탐라왕국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있었으면서도 그 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유네스코 3관왕에 묻혀버린 현실을 보면 더 이상의 문화는 없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린 문화정체성이란 얘기를 많이 한다. 보통 문화는 인간사회의 보편적인 특징을 말하고, 정체성은 다양한 상황에서 유지되는 가치관과 행위, 사고의 기본적인 통합과 지속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의식과 독특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편적 문화DNA가 자연적 환경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내재적으로 세습될 때 우린 고유한 문화라고 말하고 문화정체성이라고 명하는 것이다.

다행히 2008년 칠머리당 영등굿이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2014년 밭담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시켰다. 내년에는 제주의 경제사를 대변해주는 제주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화산섬 제주에서 굿, 밭담, 해녀가 제주 문화의 중요성과 상징성에 가치를 두고 등재되었지만, 현실은 그 이상의 부가가치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정에서는 지금까지 제주어, 10대 문화 상징, 문화콘텐츠 발굴사업 등 다양한 기초자료를 구축해 놓고서도 이 콘텐츠들은 여러 분야에서 정보화 작업이 너무나 미숙하다. 특히 아웃바운드 관광시장에서 제주상징 문화상품 보다는 한류, 레저, 자연으로만 대체되는 현실을 보면, 그 만큼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개념과 자신감이 부족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문화정체성을 콘텐츠로 부활시켜 21세기 문화DNA의 세대간 연속성을 볼 수 있는 관광패러다임에 부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제주의 가치는 자연의 가치와 함께 사람과 문화의 가치로 펼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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