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시련을 넘자

[월요논단] 시련을 넘자
  • 입력 : 2015. 12.14(월)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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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산 감귤의 시련이 너무 크다. 극조생 감귤이 출하되자마자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가격이 회복되는가 싶더니 궂은 비 날씨가 다시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당 만 원 선도 무너졌다. 이 시련을 넘기기 위해서는 감귤을 다시 보고 장애물을 하나씩 무너뜨려야 한다.

그동안 감귤가격은 사인곡선을 그려왔다. 감귤을 땅에 파묻을 때만 해도 눈 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폐원, 간벌, 품종을 갱신하면서 지난 몇 년간 승승장구했다. 감귤가격의 상승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부단한 노력과 투자만이 상승곡선으로 올라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된다.

감귤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감귤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도매인이 높은 가격으로 응찰하고 싶어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높은 가격을 써낼 수가 없다. "소비자가 외면하는데 어떻게 높은 가격으로 응찰합니까?", "이제는 감귤이 싸도 안사요"라는 대답은 우리 감귤의 현주소를 얘기해준다.

소비자가 감귤을 다시 찾게 하려면 고품질 감귤 생산기술의 현장접목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에 경남 산청에 교육을 갔다가 딸기를 재배하는 한 농가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평당 10만원 수입도 어려웠는데, 올해는 평당 25만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단단하고 달콤한 딸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농사기술을 배우는데 목말라 있었다.

육지에서는 농업인이 주도하는 교육이 많다. 농업인 몇 명이 모여 농협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특정 강사의 교육을 신청하면 필요한 기술을 꼭 집어서 강의해주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준다. 지난 여름에는 광주농업기술센터에서 6시간씩 이틀을 강의했는데, 교육생이 불과 12명이었다. 개인강습으로 기술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욕심이었을 것이다. 감귤농가는 통이 크다. 지난여름에 산남 모 농협에서 200~300 명이 모여 단합대회를 하는데, 감귤원 토양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그러나 핑계를 대고 거절했다. 행사일정에 끼워 넣기 교육이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행정의 감귤에 대한 투자는 할 만큼 했다. 육지부 과수농가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지원을 받아왔다. FTA 기금만 해도 전국 지원금의 40%를 받고 모든 행정력을 감귤에 쏟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협과 감귤농가 스스로 투자할 때이다.

올해의 시련은 조합원이 주인인 농협이 발 벗고 나서야 극복할 수 있다. 유통과 생산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농협 고유의 업무다. 그래야 생산량과 출하량을 조절하고 명품감귤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비상품과와 강제착색 감귤은 농가 스스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 집 도둑은 자기가 먼저 지켜야 되기 때문이다.

감귤생산실명제도 누구에게 물어봐도 농협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수확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일손을 덜어주는 것도 조합원이 주주인 농협이 해야 할 임무다. 농업기술원과 감귤연구소에 개발된 기술들을 전파하는 것도 농협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농협이 전문지도사를 육성하고 조합원의 감귤원 현장에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농사기술들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귤의 모든 것을 행정에 의지해서는 올해의 시련을 절대로 극복하지 못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감귤농가와 농업인이 주인인 농협이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장애물을 없앨 수 있어야 이 시련을 발판으로 감귤 1조원 시대의 상승곡선을 탈 수 있을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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