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막자](5·끝)국가 재난이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막자](5·끝)국가 재난이다
푸른 제주섬을 위해 방제예산·인력동원 아낄때 아니다
  • 입력 : 2015. 12.16(수)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1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제주시 한림읍 소나무림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포항시 공무원 1인 1구역 ‘책임담당제’ 시행
울산시 담당공무원 전문성 위해 전보도 늦춰
제주, 국내·외 방제 성공사례 벤치마킹 해야

소나무재선충병은 국가 재난이다. 제주뿐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들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안이한 대응탓에 지금의 확산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포항·경주·울산은 지금=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 취재단은 해외 사례 취재 이전 소나무재선충병 문제가 심각한 경북 포항과 경주, 울산 등지를 돌아봤다.

경북에서도 포항의 피해는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포항 전체 소나무 2600만 그루 중 86만 6000그루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포항은 재선충병 감염목 22만 8000그루를 베어냈다. 올해는 나아질 것 같았지만 21만 그루 이상이 감염돼 재선충병 재발률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산림청의 재발 목표치인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장 일대를 찾았을 때는 연막방제가 한창이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소나무재선충병 연막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동기획취재단 제공

포항시에서는 올 봄부터 수개월에 걸쳐 21만 8000여 그루에 이르는 피해고사목을 거의 100% 가까이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직원 20명이 직접 나서 개인당 1만 그루 이상을 책임지고 매달린 결과다. 특히 올해부터는 소나무재선충병방제테스크포스(TF)를 운영, 소속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35개 지구에 대한 1인 1구역 책임담당제를 시행했다. 산림녹지과 전 직원들도 방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포항시의 이같은 노력으로 내년 피해예상본수도 10만 9000그루로, 올해의 50% 수준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울산시에는 담당 공무원의 전보를 3년간 제한하는 시책을 펼치기도 했다. 재선충병 방제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3차 방제 돌입한 제주=제주도가 소나무재선충병 3차 방제에 돌입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고사목을 전량 제거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예방나무주사를 확대하고 페로몬트랩과 연막방제 등 예방차원의 복합방제도 대대적으로 실행중이다. 특히 한라산국립공원구역으로 피해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선단지 압축방제 전략에 집중하는 한편 이전 방제작업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매년 피해가 재발하면서 방제사업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실효성있는 방제를 위한 각종 전문가 토론회와 새로운 방제방법 도입 시도, 학술연구용역까지 제주도는 여느 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소나무재선충병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지금까지 지적돼 온 문제에 대해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행정당국의 노력과 함께 선진 해외사례는 물론 타 지자체 사례, 전문가들 의견과 연구용역을 통해 제시된 개선방안을 잘 취사선택해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개발해 지난 10월 한라수목원 인근 임지에서 시연한 폴리에스터 그물망 이용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방제작업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최근 최종보고회를 가진 '2015년도 제주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 수립을 위한 학술용역'에서도 조기예찰시스템 도입과 선단지 관리와 맞춤형 예찰실시의 중요성, 고사목 제거 중점의 따라가는 방제전략 대신 보존구역 설정에 따른 선택과 집중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특단의 대책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한번 감염되는 소나무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특단의 대책은 더이상 없다.

지금까지 언급된 국내외 사례와 전문가들 혹은 연구용역진에서 말하는 대안과 대책은 이미 예전부터 제시돼 왔거나 이전 틀과 크게 다르지 않는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답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답은 찾았는데,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거나 못하는 우리들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끝>

[전문가 리포트/이동운 경북대학교 생태환경관광학부 교수]
"지속되는 소나무재선충 피해 어떻게 줄일 것인가?"


연구자가 연구실에서 고민하는 것과 현장에서 그러한 연구를 접목시켜 실행에 옮기는 것과는 괴리감이 있다.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은 에어컨이 터져 나오는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힘든 환경조건에서 육체적 피로도가 따르는 노동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매뉴얼화 시켜놓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지침서가 현장에서 자동차 조립을 하는 기계처럼 100% 정상작동하지 않는다.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은 소나무재선충을 멸종시켜 우리나라 산림을 온전히 보존해야겠다는 사명감이 가득한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따라서 방제 현장에서 고사목이 누락되거나 방치 될 개연성이 상존하고, 이들은 다음 해 소나무재선충의 발생 진원지가 된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모든 축산농가가 비상태세를 갖추지만 소나무재선충이 만연하고 있는 지역에서조차 인접 임지에서 고사되어 가고 있는 소나무 때문에 자기 산의 소나무를 걱정하는 산주는 상대적으로 소수이며 관심도 부족하다.

필자가 유럽의 소나무재선충 최초 감염 국가인 포르투갈의 소나무재선충 발생지를 방문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하여 민간 산주들의 관심과 애착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었다. 물론 포르투갈과 우리나라의 산림경영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단적으로 두 곳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소나무 목재생산이 주 임산물 소득원의 하나인 포르투갈에서는 산주들의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대한 인식이 높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자기산도 아닌 곳의 고사목을 일로서 제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관리의 질이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신규발생지의 확산을 저지하고, 기존 발생지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최종적으로 방제가 되게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찰이 기본이다. 새로운 감염목이 발생되었는지 기존 방제지에서 새로이 발생되는 것이 없는지 계속 예의주시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예찰활동이 형식적이거나 발생현황 보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소나무재선충 방제 현황을 경험하면서 소나무재선충 피해지가 산재해있는 포르투갈과 지리적으로 붙어있는 스페인의 소나무재선충 발생지 및 미발생 소나무 임지에 대한 예찰 프로그램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전 국토 산림을 대상으로 발생 위험지를 구분하고, 각각의 구분 된 대상지들의 체계적 계획에 의해 주기적 예찰과 제거작업의 일원화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 할 중요한 대상의 하나라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작업지를 대상으로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밀 예찰을 하고 그때마다 발견되는 고사목들을 선 벌채함으로써 2008년이나 2010년에 소나무재선충이 감염되었던 지역들에서 다시 감염목이 발생되지 않게 관리하여 청정지역으로 환원시키는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소나무재선충 발생 선단지 관리 방안으로 활용해야 할 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소나무재선충 유입 30년이 코앞에 다가왔다. 반세기 만에 소나무재선충의 점령지가 되어버린 일본의 소나무재선충 관리의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반세기 이내에 성공한 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초부터 정확하게 소나무재선충을 맞아야 된다. 대충 이대로 하면 우리도 유럽의 소나무재선충 발생 국가들에게 타산지석보다는 반면교사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96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