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71)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71)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부지런한 사람들이 제주 옛모습 간직하며 사는 다랑쉬마을
  • 입력 : 2015. 12.29(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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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인 중산간 풍경과 주봉인 다랑쉬오름(위). 마을회관 옥상에서 바라본 세화리 전경(아래).

700여년전 설촌… 제주섬 동쪽 구좌읍 중심지 역할 수행
유명 관광명소로 자리매김중인 다랑쉬오름은 마을 상징
마을공동체 이끄는 밑거름은 강한 생활력과 주민간 신뢰
주민들 "쇼핑 공간 조성· 야시장 기반 갖춘 오일장 돼야"



다랑쉬오름에 올라 보면 화산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동부지역 대부분의 오름들과 멀리 일출봉과 우도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곳. 분화구에서 야릇한 신비감이 솟아나고 바로 옆 아끈다랑쉬오름의 자태를 감상하고 눈을 북쪽으로 돌리면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세화리 지역이 들어온다. 목축과 농경, 어로에 이르기까지 풍요로움을 생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제주의 모습을 그나마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한 들판과 농경문화의 정취가 살아있어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구좌읍 중심지라는 것이 단순하게 행정적 표현에 앞서 지세가 주는 힘이 바탕이 되니 가능했을 것이다.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35㎞ 지점, 마을 면적이 무려 17.66㎢나 된다. 인구는 1958명. 남쪽으로 송당리, 동쪽은 하도리와 상도리, 서쪽은 평대리와 접해있다. 바다에는 넓은 백사장이 있고 1종항인 세화항이 있다. 구좌지역 물류와 교육의 중심지이기에 읍사무소가 소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전국에서 드물게 바닷가와 인접한 세화오일시장.

김병희(81) 노인회장이 전하는 설촌의 역사는 이렇다. 충혼묘지 동쪽에 우묵하게 보이는 일대를 이르는 지명이 '고는곶머세'다. 700년 전, 이 지역에 최초로 정착하여 목축과 화전을 일궈 생활하다가 차츰 바닷가 인접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마을이 번창했다는 것이다. 세화(細花)라는 마을 명칭이 제주어로 부르던 이 지명에서 따온 것. 가늘다는 의미의 '고는'과 '곶'을 꽃으로 미화하여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탐라순력도에도 세화라는 마을 명칭이 보이니 300년은 넘게 불러온 細花里. 인근 지역보다 부자가 많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부지런함을 자산으로 이룩한 마을공동체가 세화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주민들의 특징을 물으면 생활력이 강하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 '세화리 사름덜이 모돠들민 세상에 못 헐 일이 어디 싯느니?' 수눌음 정신으로 무장한 강력한 마을공동체의 자신감이 깊이 뿌리내린 곳이다. 동부지역 중심지답게 민속오일장이 지금도 활발하게 인근 마을주민들을 끌어들이는 유통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에서 바닷가와 닿아 있는 오일장은 세화오일장이 유일하다고 한다. 마을회 차원에서 총의를 모아 오일장의 전통적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이설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관광자원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단순한 오일장의 기능보다 지역경제에 파급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부지성 이장

부지성(43) 이장은 "미래 지향적인 세화리의 모습을 위해서 오일장 앞에 붙는 '민속'이라는 용어에 합당하게 제주전통적 가치가 풍기는 그런 오일장을 만든다면 야시장의 기능과 지금 프리마켓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벨롱장'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쇼핑문화가 만나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읍 지역 상권이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2016년부터 시작되는 농촌중심지 활성화 선도지구 사업이 추구하는 읍단위 공동체비지니스 목적과 부합되는 일입니다." 참으로 옹골찬 실천 전략이 현실적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제주 동부지역 문화 및 경제물류 중심지로서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농촌중심지 기능을 활성화 하기 위한 노력. 산발적인 도시화가 아니라 방향과 개념이 분명한 지역 활성화 전략이 주민들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구축되고 있었다. 이는 세화리라는 마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구좌읍이라는 큰 틀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분명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업비는 마련된 일이기 때문에 좀 더 밀도 있는 추진을 위하여 주민들의 협력과 지혜를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세화해변 생태경관로(약1㎞)와 문화경관로(약1.3㎞)가 완성되어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세화리의 희망은 다양한 구조적 인프라와 결합하여 기대 이상의 효과가 발생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관광산업과 결합하여 지역경제와 문화적 복지공간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요약된다. 김대윤(58) 개발위원장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과는 별도로 다랑쉬 오름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진입로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동부권 최고의 전망기능을 활용한 지역경제 발전은 요원한 것이 현실입니다." 관광 성수기에 관광차량과 농업용 차량들이 뒤엉켜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다랑쉬오름 가는 길. 농촌중심지 선도지구 사업을 하면서 세화리의 주봉이며 경관자원에 대한 행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었다.

검은 현무암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세화바닷가 백사장에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오치근(41) 청년회 부회장이 밝히는 마을 발전 전략은 "마을 소유 땅을 활용하여 관광산업에 뛰어들지 않고서는 청년들의 일자리 마련이 힘들 것입니다. 고향을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이라면 무엇이든 달려들어야지요. 외부에서 들어와 살고 있는 문화 예술인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마을공동체 발전에 함께 참여하여 다양한 일들을 하다보면 가장 빨리 세화사람이 되는 것 아닙니까?" 외부에서 유입된 자양분을 탐스러운 열매를 위하여 투입하자는 젊은 생각 앞에 동네 어른들이 더욱 고무되어 있었다. 홍정숙 부녀회장이 꿈꾸는 세화리의 미래는 "부녀회원들이 사업시설 등에서 함께 일하며 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농업 소득원만 가지고 생활하기가 어려운 여건입니다. 마을공동체가 나서서 다양한 해법을 모색 할 수 있도록 궁리하고 또 궁리하여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세화리 조상들의 억척스런 생활력을 이어 받은 며느리들의 주장엔 경제문제가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한창 당근을 수확중인 세화리 겨울밭 풍경.

세화리는 발전 가능성에서 결코 제주의 어떤 마을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제주스러운 것이 세화에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고부가가치 발전은 약속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제주가 살아 숨 쉬는 세화리의 미래는 성큼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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