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식당이 내놓는 정갈한 음식을 마주하면 제주의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차오른다. 선우식당의 상차림. 강경민기자
제주식 육개장·보말국 옛맛 지켜고기산적과 고등어구이 인기몰이그릇 제주 토속이미지와 어울려
어머니가 떠주시는 집밥이 그리운 계절이다. 제주지방법원 인근에 집처럼 안락하고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가정식을 내어놓는 음식점이 있다. '선우식당'이다. 제주 토속음식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이 차오른다.
선우식당의 대표음식은 제주식육개장, 성게국, 보말(고둥)국, 보말수제비, 김치찌개다. 여기에 제사음식인 돼지고기 산적과 생선구이가 곁들여 진다.
원래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던 강경의(54) 대표는 놀랍게도 카지노 딜러 출신이다. 19세부터 40대까지 20여년을 딜러에서 간부까지 올랐던 당찬 여성이다. 식당을 개업하기 전부터 조리사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강 대표가 선우식당을 차린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지인이 운영하던 식당을 인수하고 이름이며 음식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선우식당을 차리기 전에 제주시청 인근에서 '고인돌'이란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주인장 강경의씨는 "가족을 대한다는 입장으로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강경민기자
강 대표의 음식은 어머니(양순매·84)의 손맛을 닮았다고 한다.
"요즘 밖에서 먹는 음식이 대부분 인스턴트나 아니면 화학조미료가 들어가는 음식이 많죠. 그래서 한끼라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손님이 오실 때마다 압력솥에서 밥을 뜨고 있죠.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심한 것 하나하나 챙기려고 하는데 손님들의 제 마음을 알아줄 때 보람을 느끼죠."
"요즘 전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기국수 가격을 보면 억울(?)하다"는 그녀다. 선우식당은 푸짐한 한상을 차려도 제일 비싼 음식은 육개장, 성게국, 보말국이 7000원으로 동일하다. 수제비와 김치찌개는 5000원으로 문을 연 5년전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행정자치부와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돼 지난해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착한 가격만큼이나 주인장의 마음도 선하다. 재래시장에서 직접 구매한 야채며 식재료를 장만해 손님상에 낸다. 육수도 하루 24시간 정성을 더해 고아내고 있다. 특히 제주 토속음식인 육개장이며 성게국, 보말국은 비교적 고가의 식재료가 들어간다. 보말은 우도의 것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는 주인장의 마음이 강직하다.
"모든 재료를 제주산이나 국내산으로 쓰지는 못하지만 가족을 대한다는 입장으로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하죠. 밑반찬도 매일 2종류 이상 바꾸고 있는데 이게 제일 고민거리예요. 식재료에 대한 가격부담도 있지만 이익보다는 손님이 많이 찾아주면 신이 나는 걸요. 특히 주변의 법원과 검찰청에서 많이 와요. 최근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도 늘고 있고요. 자랑인 것 같지만 음식이 타지역과 다르다보니 택배로 음식을 주문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면 고마워서 산적 몇개를 서비스로 함께 보내줘요."
그릇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제주 전통음식을 담는 그릇도 옛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을 쓰고 있다. 밑반찬도 정갈하다. 특히 된장과 땅콩, 참깨, 마늘을 곱게 갈아 만든 소스를 뿌린 샐러드가 일미다. 콩나물무침과 유채나물무침도 간이 잘 배어 있다. 전날 양념으로 숙성한 고기산적과 노릇하게 그릴에 구워낸 고등어 구이도 진미다. 쌈을 싸먹는 산적은 마치 양념갈비를 먹는 착각이 들 정도다.
육개장의 잘게 찢어낸 돼지고기와 한데 어우러진 고사리의 조화도 입맛을 돋운다. 그리고 몸에 좋은 미역과 함께 깊은 맛이 나는 성게국과 보말국도 놓칠 수 없다.
어르신이 오면 서비스로 고기산적을 내어놓는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음식에 대한 믿음과 함께 사람에 대한 정을 느끼게 한다. 매주 일요일 휴무.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9시. 제주시 남광북 1길 38(이도2동). 064)759-8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