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중앙의 어느 일간지 기자로부터 제주의 여성 고용에 대해 의견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제주는 우리나라 평균에 비해서 여성 고용률이 매우 높고 경력단절 여성 비율도 낮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여성 고용이 활발한 이유는 그만큼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기자의 이야기는 제주의 여성 고용에 대해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제주지역 고용률은 남녀 모두 16개 시·도 중 가장 높고, 실업률은 최하위권에 속한다. 기자의 말대로, 제주에 취업자가 많은 것은 일차적으로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컨대, 지역의 고용여건을 볼 수 있는 구인배수 지표를 보자. 구인배수란 사업체에서 찾는 구인인원 대비 일을 구하는 구직자의 비율인데,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제주지역의 구인배수는 전국 최고치인 1.41로 일자리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주의 일자리에 대해 외지의 지인들에게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아름다운 제주에 와서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아이들 키워 놓고 은퇴 후에나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나의 주변에만 해도 마땅한 일자리만 있으면 제주에 와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일자리는 많은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이것이 도내외 사람들, 특히 도내 청년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제주도의 고용구조인 것 같다. 통계적으로 드러나는 제주의 고용여건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임금을 예로 들면 2015년 4월, 제주지역 상용직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전국 기준(=100)의 74.3%, 서울 기준(=100)의 66.2%로 두 경우 모두 16개 시·도 중 가장 낮다. 근로자 평균이 이러할진대, 여성 취업자의 근로 여건은 그보다도 더욱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마땅한 일자리의 부족은 사업체의 입장에서는 구인난을,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구직난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에 의하면, 제주는 사업체의 인력 미충원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즉 구인난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인력미충원의 요인은 지역마다 다른데, 제주의 경우는 일자리 부족 때문이 아니라, 숙련도의 불일치, 정보 부족 및 열악한 임금 등 구조적 또는 마찰적 미스매치요인이 가장 컸다.
마땅한 일자리,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또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근로조건이 좋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 비중이 적은 제주의 상황에서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제주도 차원에서 국내외 투자기업의 유치 등 장기적인 차원의 산업 및 기업정책 계획을 필요로 한다.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시급한 일은 현재 도내 사업체들을 좋은 일자리로 변환시키기 위한 사업체의 노력, 구직자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마땅한 일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와 직업역량 개발 노력, 사업체와 구직자의 수요를 연결하는 체계적인 고용서비스의 구축, 그리고 사업체와 구직자가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어 가면서 좋은 일자리, 좋은 인력으로 동반 성장하기 위한 상생노력이라고 보인다. 또한 제주도는 도내의 기업과 우수한 인력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노동시장 여건 마련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