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제주의 문화성이 내재된 문화예술의 섬으로

[목요담론]제주의 문화성이 내재된 문화예술의 섬으로
  • 입력 : 2016. 02.11(목)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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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세계예술시장 빅4의 하나이자 미국의 2대 예술시장으로 꼽히는 산타페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약 80% 이상이 예술인이라는 신기한 직업비율을 지닌 산타페는 신비로운 자연경관에 매료된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정착하여 만들어진 예술도시이다.

인구 8만명이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이 예술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 곳이 지닌 오랜 인디언의 역사와 멕시코 문화의 묘하게 융합된 깊이가 그 동력이 되었다.

과거 산타페는 인디언들에 의한 사회범죄가 극심했던 곳이다. 산타페시에서 인종멸시 문화의 차원을 떠나, 인디언 문화를 지역경쟁력의 원천으로 만드는 발상을 통해 특징 있는 예술시장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산타페 예술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었다. 먼저 300여개의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케년로드에서의 상설 아트마켓이나 도심광장의 예술벼룩시장, 로레트교회 앞의 노점상들의 성격에는 뉴멕시코의 자연경관 속에 녹아난 인디언과 스페인문화가 융합된 작품들로 흥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다양한 이주 예술가들이 산타페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있는 그대로 호흡하기 위해 정착하고 창작으로 연계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인과 인디언의 문화를 예술과 연계하여 스페인시장과 인디언시장을 문화예술상품으로 컨텐츠화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산타페는 지역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예술시장을 완성시켰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곳도 긍정적인 부분이 전부는 아니었다. 인디언 원주민들이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 따라 떠나면서 문화백화현상이 나타났고, 그 자리에 다양한 문화예술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극심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아픔을 겪고 있다. 산타페시 조차도 인디언들의 삶과 역사, 문화가 산타페예술의 정신적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전통보전정책 대비 원주민 보호정책은 엇박자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산타페는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가던 원주민들이 사라진 예술의 도시가 되었다. 이런 산타페시의 주도된 문화예술도시 양상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문화예술의 섬을 보여줄 수 있는지 타산지석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최근 제주 곳곳에서도 예술시장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난 예술벼룩시장들, 문화의 거리, 작가의 산책길을 거점으로 한 아트마켓, 행정주도의 아트페어를 기획·진행하는 것을 보면, 제주에서도 '예술'이라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예술의 바람은 문화를 권장하는 국정정책과 도정정책이 출발점에도 있지만 엄청난 속도로 밀려오는 인구유입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제주가 문화예술의 섬을 지향한다면, 현재 엄청난 속도의 인구유입 속에 '동시대적인 것'들과 '비동시대적인' 조합에서 나오는 혼종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제주라는 문화를 만들어낸 역사성 속의 제주인과 현재의 제주인을 공존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국 예술의 섬은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기본 바탕으로 가져가야 하며, 그 문화를 정체성으로 이끌어낸 제주인들을 위한 예술정책을 펼 때 제주의 정체성이 우러난 문화예술의 섬이 될 것이며, 문화백화현상을 막고,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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