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상보(相補)효과

[하루를 시작하며]상보(相補)효과
  • 입력 : 2016. 03.02(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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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화산이 폭발할 때 까맣게 그을린 용암석이 도내 곳곳에 많이 산재되어 있어, 일찍부터 돌의 문화권을 형성하여 돌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아름다운 고장이다.

한라산은 금강산과는 달리 바위산이 아니다. 백록담에서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긴 368개의 오름과 곶자왈, 용암동굴과 바위가 여러 곳에서 한데 어우러져 있다. 유네스코에선 그 풍광이 수려함을 인정하여 '세계에서 아름다운 7대 경관지역'으로 인증하였고, 이제는 세계적인 보물섬이 되었다.

이처럼 한라산이 아름다운 것은 나무와 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용암석과 바위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세계인으로부터 환영받는 명산이 되었다. 동서양의 역사에서도 공히 바위가 갖는 의미는 아름다움의 상징성에 있다. 그래서 바위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잠들지 않는 숲 속에서 바위와 함께 어울려 있으면 산세를 돋보이게 하고, 바위가 흐르는 물과 숲에 함께 있으면 사계절의 특이성을 살려내어 경관을 더 아름답게 한다. 평야에 바위가 서 있으면 정중동을 엿보게 하고, 바위가 외돌개처럼 바닷가에 우뚝 서 있으면 밀물과 썰물로 부딪혀도 맞대응하지 않으며 생명의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바위가 없는 산, 바위가 없는 계곡, 바위가 없는 바닷가, 바위가 없는 평야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삭막하고 황량할까. 바위는 신이 내린 선물로서 훌륭한 걸작품이다. 한라산에도 바위가 있는 곳이 더 유명세를 탄다. 그런 풍광을 보려 함인지 백록담, 영실기암, 절부암, 외돌괴, 용두암 등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면서 바위는 집념의 화신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바위는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불덩이를 식혀온 기나긴 풍상에 감춰져 있다. 어떤 것은 바닷속에서 퇴적암으로, 어떤 것은 열과 압력에 시달리면서 변성암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삶의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 동서고금의 문명도 바위 문화를 출발시켰고, 이집트는 피라미드의 바위문화로 꽃을 피웠다. 허허벌판 통구(通溝) 땅에 우뚝 선 광개토대왕비는 집념의 화신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바위들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무거운 침묵과 강렬한 의지와 장구한 세월 속에서 살아온 숨결들이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바위는 염원이 상징성을 발현한다. 인간은 미완의 염원이나 정한에 맺힌 비원을 돌이나 바위에 새겨 그 뜻을 남겼다. 고기잡이로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생사를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원하다가 끝내 바위로 굳어 버렸다는 절부암의 망부석 전설은 후대를 사는 우리에겐 잔잔한 감동과 애달픈 사연으로 마음을 적신다. 흙으로, 바다로, 바람결에 미완으로 묻혀 있기도 하고, 염원하는 소리로 묻히기도 한다. 선현들은 영생이나 환생을 기원하며 고인돌을 생각해 냈고 불멸의 번성을 위해서 바위문화를 등장시킨 듯하다. 바위에는 침묵이 설법이 숨어 있다. 바위는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그 모습 그대로다. 불평과 다툼도 없고, 시기와 질투도 없이 그저 존재한다는 인식으로 자기 몫을 다하며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쉬이 표리부동하는 인간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대중 정치를 하겠다던 위정자들에게 전한다. 이제 제발 총천연색 안경은 벗어 버리고 훤하게 잘 보이는 돋보기안경으로 바꿔쓰고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우를 범하지도 말고, 변방의식의 포로도 되지 말고, 자유민주주의의 격물(格物) 정치를 펴라 하신다.

산비탈을 타고 침묵의 대화가 전해 오는 듯, 살며시 말을 건네 본다.

그러나 바위는 여여불변(如如不變)이다. 나도 먼 훗날 바위이고 싶다. <부희식 전 사대부고 교장·제주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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