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제주의 항일(抗日) "용기 있는 자에게 두려움은 없다"

[목요담론]제주의 항일(抗日) "용기 있는 자에게 두려움은 없다"
  • 입력 : 2016. 03.10(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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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움츠렸던 만물이 태동하여 매화와 수선화가 완연한 봄을 알린다. 우리가 언제부터 일상으로 봄을 즐길 수 있었을까. 우리 역사 한 때에 봄은 왔지만 결코 봄이 아니었던 때가 있었다. 바로 우리 민족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 일제(日帝)에 의해 주권(主權)을 빼앗겼던 시기였다.

"우리나라 역사에 지금처럼 잘 살았던 적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난을 대물려 받았던 우리가 경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세상이 좋아지고 우리 삶이 윤택해지다 보니, 잊어서 안 될 치욕의 역사까지 잊고 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은 전체 보다 개체의 존엄과 자유가 중시되는 탈구조적 시대라고 한다. 계층이 분화되고 서로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삼촌 어디 감수광" 어려운 사람 도우면서 "우리가 놈이꽈?" 술 한 잔을 들면서도 "위하여!"를 복창하고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온정이 식어가고 유대감도 사라져가고 있다. 아무리 개인의 생각과 가치가 중요하더라도,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하나로 뜻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3월도 초순을 넘기고 있다. 3·1절 행사도 일회성으로 끝나고, 피 흘린 애국의 숭고함도 우리 가슴에서 식었다. 삶이 지치고 마음이 궁핍해졌다는 핑계로, 선각자들의 희생적 삶을 쉬이 잊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거사 후 뤼순(旅順)감옥에서 쓴 붓글씨 중에는, "이익을 보거든 정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見利思義 見危授命 (견이사의 견위수명))"라는 글이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안 의사의 굳센 결의(決義)을 읽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안 의사는 유가(儒家)의 5가지 덕목,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중에 의(義)를 가장 중요시하였다.

제주에도 의(義)을 담대하게 실천한 항일(抗日)의 역사가 있다.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 만세운동', '제주해녀 항일운동' 등이 그것이다. 제주의 역사는 혹독한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온 제주인의 삶과 무관치 않다. 제주인은 '파도에 멍든 몽돌처럼' 쉬지 않고 구르며 아프게 살아왔다. 바람 많고 돌 많은 거친 땅을 일구면서, 서로 간에 돕고 보살펴야만 힘든 삶을 지탱할 수가 있었다. 이렇듯 제주의 항일정신(抗日精神)도 자연이 선사한 제주인의 의(義)로운 생활정신(生活精神) 속에서 잉태되었다.

1918년(무오) 법정사(法井寺)항일운동은 김연일(金蓮日), 강창규(姜昌奎), 방동화(房東華) 승려 3인이 중심되어, 700여(일정기록 400명) 제주도민이 일으킨 항일항쟁이다. 이는 일제의 경제적 침탈에 대한 항일투쟁이며 국권회복 운동이었다. 특히 3·1운동 이전, 일제에 항거한 단일 투쟁으로는 최대 규모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논어 자한(子罕)편에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라는 말이 있다. 목숨을 바쳐 항일한 그들이야말로 지혜롭고 어진 자들이며,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들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결코 정의(正義)을 실천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안 의사의 의거(義擧)'와 '제주 항일의 역사'를 애써 짚는 이유도, 애국의 진정성을 잃은 지도자들의 '정의로운 용기(勇氣)'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 서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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