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숲 밖에서 보는 제주 감귤

[월요논단]숲 밖에서 보는 제주 감귤
  • 입력 : 2016. 03.14(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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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눈이 당사자보다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숲은 숲 밖에서 봐야 숲이 더 잘 보인다. 제주농업도 제주 안에서 보는 것보다 밖에서 보는 눈이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밖에서는 감귤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보자.

경매사는 무조건 품질로만 감귤을 본다. 좋은 품질을 경락 받아야 소비자에게 좋은 가격으로 팔기 쉽기 때문이다. 상자만 봐도 좋은 감귤인지 싼 감귤인지 감이 온다. 작목반이나 농업인이 보낸 감귤은 어느 정도 신뢰를 갖는다. 그러나 상인이 보낸 감귤은 잘 쳐다보지 않는다. 밭떼기로 산 감귤이어서 품질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접기 때문이다.

감귤은 수확량이 1등이고 국민 감귤이라는 말로 홍보한다. 이 말에 관심 두는 소비자는 없다. 과거에 배가 가격하락으로 술까지 만들었을 때, 가장 초점을 두고 시작한 것이 기능성에 대한 홍보였다. 배는 숙취해소뿐만 아니라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면서 소비가 엄청 늘었다. 자조금 단체가 배의 기능성 연구결과를 홍보한 덕분이다.

감귤도 홍보는 한다. 그러나 새벽에 가락동 시장에 줄줄이 올라가서 어깨에 띠를 두르고 경매사를 만나고 사진 찍고 해장국을 먹는 것을 감귤 홍보인줄 안다. 속을 들여다보면, 경매사는 귀찮다. 한창 바쁘게 일하는 바쁜 시간에 이것저것 신경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매사들은 제발 감귤 홍보를 가락동 시장에 와서 하지 말고 TV에서 해달라고 뼈 있는 요구를 한다.

한우나 돼지는 자조금으로 연중 TV에서 홍보한다. 그 힘이 대단하다. 외국 축산물이 수입이 되지만 이제는 수입산과의 차별화가 뚜렷하다. 자조금으로 홍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귤은 아직도 의무자조금 제도가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왜 감귤은 의무자조금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극조생 감귤은 경매사나 소비자가 제철과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도도 너무 낮고 부패율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귤농가는 늦게 수확하면 가격이 하락할까봐 익기도 전에 도매시장에 올려 보낸다. 그래서 덜 익은 극조생 감귤을 처음 맛 본 소비자에게 감귤은 시고 맛없고 잘 썩는 감귤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버리고 만다.

감귤농가뿐만 아니라 제주농업은 우군을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 우군을 대접하는 방법도 모른다. 농식품부 회의에 가면 부서마다 차나 제철 과일을 내놓는다. 딸기, 토마토, 사과, 배 농가나 농협이 좋은 정책을 세워달라고 선물로 보낸 것들이다. 그러나 그 접시에 까먹기 쉽다고 자랑하는 감귤을 본 적은 없다.

십 수 년 전에는 다른 과일도 가격이 하락하면 도청이나 시청에 가서 화풀이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칭찬하러 지자체에 간다. 우군이 힘을 내야 좋은 정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주 공무원들은 농축산식품국으로 발령이 나면 반은 죽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명퇴해버리는 공무원도 있다. 가격이 좋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가격이 하락하면 언제 도청으로 쳐들어올지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모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감귤 판촉행사도 벌이고 제주농업에 여러 가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선거 때가 되면 마치 남의 일처럼 멀리서만 본다. 우군의 힘을 얻으려면 힘이 센 우군이어야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감귤 밭에서만 감귤 밭을 보면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감귤 밭을 보면서 품질, 홍보, 극조생 감귤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제주농업의 우군의 힘을 키울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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