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시대와 영화의 진실, 담론이 되다

[책세상] 시대와 영화의 진실, 담론이 되다
윤중목 영화평론집 '지슬에서 청야까지'
  • 입력 : 2016. 05.05(목) 16:54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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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계의 현주소를 짚어내면서 과도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물음표를 던진 흥미로운 영화평론집 '지슬에서 청야까지'가 최근 나왔다.

 이 책은 시인 겸 영화평론가 윤중목의 두 번째 영화관련 책이다. 저자는 1989년 연작시 '그대들아'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통섭' 내지는 '융합'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일렁이기 시작하던 2000년대 중반, 20편의 한국장편상업영화를 대상으로 역사, 철학, 문학, 즉 인문학과 영화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저서 '인문씨, 영화양을 만나다'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며 영화평론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표제글이자 처음 등장하는 '지슬에서 청야까지'는 좌우이념 대립으로 깊게 패인 상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당신과 나의 뜨거운 감자-지슬'은 제주4·3사건을 다룬 영화다. 제주출생의 오멸감독은 4·3에서 기인한 가위눌림을 비로소 '지슬'을 통해 흐느끼며 대속했던 것이다. 이 바통은 임흥순 감독이 '비념'을 내놓으며 동시동작으로 이어받았다"며 "이들은 '표현의 자유'에 의연해질 수 있도록 한 '순이삼촌'작가 현기영과 화가 강요배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2013년과 2014년 주로 썼던 작품들을 묶어냈다. 책에는 근년에 영화의 직접현장에서, 특히나 독립영화의 현장에서 공동체상영을 이끌어 가는 행정가이면서 동시에 평론가인 저자의 중층적 이력을 반영하듯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드는, 또한 영화의 이론과 실제를 넘나드는 지식과 견해, 인식과 통찰이 대단히 사유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담겨있다.

 '독립영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영화는 내용인가, 형식인가' '데뷔한 감독이 데부할 감독에게' '스크린 독과점, 규제나 자율이냐' 등 오래도록 영화계 논쟁거리에 대한 입장을 담을 글도 수록했다. 공동체상영의 현장작품들에 대한 정통 영화평은 물론, 영화와 영화계를 둘러싼 특히나 우리나라 정치사회적 이슈와 시사적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룬 글은 매서운 필력으로 비수를 꽂는다. 냉철하고 치밀한 논리와 이성의 필치가 돋보이다가도 정열과 감성을 담아내는 시인임을 드러내는 문장도 여럿 보인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 영화평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전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영화평단은 홈쇼핑 광고같은 영화평론이 들큼한 설탕물처럼 독자와 관객의 미각을 휘젓는 세태가 만연해 있다. 시대의 진실, 영화의 진실을 정녕 희구하는 자라면 평단의 이 같은 상업적 가벼움에 일침을 가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정도"라며 "이런 곧은 사명에 때로는 숨가쁜 필치의 글로, 때론 또 유장한 호흡의 글로 부응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목선재.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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