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루비콘 강을 건너는 그대들에게

[하루를 시작하며]루비콘 강을 건너는 그대들에게
  • 입력 : 2016. 06.15(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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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어려운 얘기를 하게 됨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는 8월 말 전국의 298개 대학(전문대 포함)은 정부로부터 '성적표'를 받게 된다. 성적표에는 다섯 등급이 표시되는데, 최상위 A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은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가 대입 정원을 현재의 56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줄이는 '정원 16만 명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다.

학생 자원은 점점 줄어서 2023년에는 4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1990년대 대학설립기준이 허가주의에서 준칙주의로 바뀌면서 많은 신생대학이 문을 열었고, 그 결과 고교 졸업생의 80%가 진학을 했다. 진학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로 나왔을 때 좋은 직장을 택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글쓴이도 43년 전 어렵게 진학을 했었다. 예비고사가 발목을 잡을 때여서 농고 졸업생이 일반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무리수였다. 81명 졸업생 중에 유일하게 일반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모교의 은사가 "농고 나와서는 대학 못 간다"는 충고를 역활용해서 3년간의 독학재수로 꿈을 이뤘다. 병약한 아버지를 도와 감귤농사를 하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영어는 후일 행정고시에서도 과락을 면했는데, 혼자 깨칠 수 없었던 것은 수학이었다. 대입에서 겨우 20점쯤을 얻었다. 당시 행정학과의 20명 모집에 57명이 응시했으니, 떨어진 줄 알았다. 결과는 14등이었다. 이제 글쓴이도 65세, 40여 년 전의 그때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우리에겐 누구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는 이탈리아의 루비콘 강을 잘 알지 못한다.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아드리아 해로 흐르는 강으로 고대 로마 시대의 명칭이다. 이탈리아의 속주인 갈리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 이 강을 건너 이탈리아로 들어갈 때는 무장을 해제했다고 한다. BC 49년 속주 갈리아의 장관이었던 카이사르는 이 금지를 깼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면서 군대를 이끌고 강을 건너 폼페이우스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이 고사에서 유래해 중대한 결단으로 사태에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국제음치다. 그래도 오래 전의 '홀로 아리랑'(서유석)을 노래방에 가면 한 곡조 뽑는다. 그 노래의 끝 부분에 심취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절망부터 불러오는 것이 우리가 아니던가.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자의 생각과 끊임없는 노력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 수험생의 입장에선 비지땀을 흘리는 나머지 석 달이 고비다.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온다 한들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넌 카이사르의 결단이면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맞다. 이제 대입은 인생의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보호 하에 온실의 화초처럼 편했으나, 계속 캥거루족이 되어선 안 된다. 결혼해서까지 무직자로 부모에게 손 벌리는 한심한 젊은이가 돼서는 비극이다. 취업이 안 된다고 난리지만 어려움을 뚫고 취직대열에 서는 수십만의 젊은이를 본받을 일이다. 그대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갈채를 보낸다.

끝으로 의미 있는 암시를 주는 글 하나를 소개하고 글을 맺으려 한다.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새가 살았다. 이 새는 1681년에 멸종됐다. 생물학자들은 도도새의 멸종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유순했다, 둘째 적이 없었다, 셋째 날지 못했다. <오태익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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