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노래 가사처럼 더 이상 얽매이긴 싫어서 제주로 이주하거나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주민이 올해에만 7000명을 넘어섰다. 그것도 5월까지의 이야기다. '인생 이모작'을 제주에서 보내려는 은퇴자부터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삶을 찾으려는 20~40대 등 기왕이면 청정한 환경과 아름다운 풍광을 갖춘 제주에서 찾고자 하는 청장년층의 선택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빠른 순유입 인구 증가가 우리네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제주 시내를 운전하다 보면 예전보다 심각해진 교통체증을 느낄 수 있고, 교통사고 수치의 증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상수도 수요 증가 및 생활·음식폐기물의 증가 등의 환경문제, 그로 인해서인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지역공동체에서의 갈등 등 불안한 사람들은 피부에 와닿는 문제들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의 미래그림을 책임지고 있는 제주도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정의 정착주민 지원 추진 실태 및 정주여건 개선 계획을 보면 8개 분야(총괄·정보서비스·생활 교통안전·일자리 창업지원·교통문화·사회봉사·귀농귀촌·외국인 다문화가족분야) 44개 과제로 장기 제주인구증가 전망에 대응한 정착주민지원을 추진하며 지역민과 정착민간의 융화·협력분위기 조성으로 도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가 주요한 정책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미흡한 부분도 눈에 보인다. 제주에 와서 제주살이를 시작한 정착주민의 환경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제주도민과의 융합에 관한 부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환경의 훼손에 관한 대책 등 통합적인 관점에서 큰 밑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통합부서도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혹시라도 부서 간의 업무의 장벽에 막혀 제주라는 큰 틀을 보지 않는다면 제주를 잠깐 빌려 쓰고 있는 우리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죄를 짓는 것이다.
'제주이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제주의 삶은 매력적이다. 특히 생산자 인구의 기반이 되는 30대 이상의 인구 유입률이 전국 1위라는 점, 귀농귀촌뿐 아니라 문화예술인이 많이 이주한다는 점은 산업뿐 아니라 제주도의 문화적 가치가 함께 튼튼해지고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이주민과 정착민의 사회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 대두 되고는 있다. 그것은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에 대해서 '갈등'이라는 말보다 '적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사람은 어느 곳에 가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느 지역이나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면 그것이 정착하고 동화되는 단계를 거치게 되어있다.
제주도의 토박이 성씨는 고, 양, 부 셋 밖에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언뜻 제주도가 닫혀 있는 공간 같지만, 긴 시간 동안 제주도는 이주민을 받아들이며 성장해왔고, 그러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잃지 않아온 공간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입 이주민들에게 마을 유지와 삼촌 맺기를 통해 지역정보와 불편사항을 해결해 주는 43개 읍면동 정착주민협의회는 훌륭한 소통 매개체가 되어 줄 것이다. 정착주민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원희룡도지사의 말이 맞기를 믿어본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