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와 하얀 모래 위로 햇살이 반짝거리는 날, 월정리 해변은 어김없이 싱그러움과 젊음으로 북적인다. TV에 나오는 해외 유명 해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곳 월정리 해변은 젊은이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Instgram)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은 제주관광에 빅데이터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제주 혹은 #제주여행을 검색 해 보면 다양한 제주여행 사진들이 올라와 있는데, 둘을 합하면 무려 260만개가 넘는다. 이들 사진의 배경들은 제주여행의 가장 핫(Hot)한 곳들이고, 사진 속 등장하는 음식들 또한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사진들 중에 유난히 자주 만나는 것이 있는데, 아름다운 월정리 해변의 수평선 위에 예쁜 병에 담긴 망고쥬스를 손에 들거나 혹은 돌담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들이다. SNS는 자기자랑과 위안의 통로여서, 이 사진들은 분명 제주여행의 필수적인 '자랑질' 중에 하나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왜 망고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요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제주에서 유독 이러한 사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로, 제주가 망고의 주산지라고 하면 설명은 무척 쉬워진다. 오히려 문제될 일이 아니다. 그저 요새 입맛이 변했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이들 망고는 제주 생산량으로는 가격이 맞지 않거나 수급상 문제가 있어 수입산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금은 씁쓸해진다.
다른 관광지도 아니고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 대표할 만한 과일이 가득한 제주에서 말이다. 이러한 사진이 제주여행을 증명하고, 여행자라면 따라하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사진이 되었다는 것에, 필자만 과민반응을 하는 것일까? 혹시 이 글을 읽고 판매하시는 분들이 언짢아하실 수도 있어 미리 밝혀두지만 망고는 예를 들기 위한 것이므로 큰 오해가 없길 바란다.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는 많다.
그렇지만 좋은 예들도 많다. 뿔소라톳덥밥, 댕유자에이드, 천혜향아이스크림, 한라봉모히또, 흑돼지마늘버거, 설쿰바당 누룩빌레주먹밥, 우도땅콩아이스크림, 깅이마늘파스타, 딱새우깔쪼네 등등 제주에서 캐내고 잡고 재배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이름도 정감이 갈뿐더러 모양 또한 재미있는 음식들을 SNS 통해 근래에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반갑고 대박 나기를 기원한다.
관광지에 있어 젊은 층을 유혹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새로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이들은 새로운 시장 창출의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방문한 곳에 대한 자발적인 훌륭한 마케터 역할까지 해준다. 모두 스마트폰과 SNS 덕분이다. 따라서 젊은 층의 관광소비 트렌드를 충족시켜 주는 관광상품(관광지, 음식, 체험 등)개발은 필수적이며, 이러한 트렌디 상품은 큰 비용 없이 관광지의 홍보를 지속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마침 서귀포시 하효마을에서 재미있는 실험이 시작되었다. 사실 예전에 인기 과일이던 감귤은 근래에 오래되고 덜 흥미로운 과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 공감하고 감귤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 마을에서 감귤을 활용해서 젊은 층을 유혹할 수 있는 레시피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감귤로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한껏 감성이 묻어난 예쁜 천혜향 음료를 들고 쇠소깍에서 제주여행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런 모습을.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지역관광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