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농협 제주물류센터에 거는 기대

[월요논단]농협 제주물류센터에 거는 기대
  • 입력 : 2016. 08.01(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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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농협중앙회가 농협 제주물류센터 부지를 매입했다. 2년 후면 준공된다. 제주 농산물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데 한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물류센터는 전쟁터처럼 경쟁한다. 경쟁회사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생산자에게는 좋은 가격을 주고 소비자에게는 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통단계인 생산자→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간상인→유통→판매되는 것을 생산자→물류센터(후레쉬센터)→유통→판매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단계를 줄이면 판매가격은 약 20% 내외 낮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 양파는 70%가 넘는다. 배추, 무, 당근은 65%, 감귤도 55%가 넘는다. 그래서 농협 제주물류센터를 반가워하는 것이다.

20년 조금 넘는 역사에 불과한 이마트가 국내 최대 쇼핑몰이 된 이유는 용인물류센터를 준공하면서부터이다. 150개가 넘는 점포가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200개가 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소형 슈퍼마켓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마트는 유통업계 최초로 자체 농산물 포장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도 천안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수만 개가 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전국에 공급한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물류센터도 국내 최초로 무선인식(RFID)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래서 판매망의 중심에는 항상 물류센터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산물 도매유통의 전국 점유율 50%를 목표로 5개 권역 물류센터 계획을 추진했다. 그렇게 시작된 안성물류센터는 상온과 저온 입하장이 설치된 물류시설과 소포장과 전처리를 하는 상품화시설과 저온저장과 관리실로 잘 짜여졌다.

전국에 대형마트 점포수가 500개 가까이 된다. 제주에도 하나로마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있다. 대형마트들은 농산물과 같은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4년 전에 경기도 이천에 1000억 원을 투자하여 후레쉬센터를 개장했다. 홈플러스도 안성에 신선식품 물류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롯데마트도 오산물류센터를 개장하여 신선 농산물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소비자는 변한다. 변하는 소비자에 따라 상품도 변하고 있다. 농협 안성물류센터는 1~2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소용량, 소포장 크기의 '간편 채소'를 홈플러스와 하나로마트에 공급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필요한 과일을 상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봉지에 낱개로 포장된 종류가 다른 여러 알의 과일을 구매하는 '알봉족'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감귤, 사과, 배 등 여러 과일을 한 봉지에 포장하여 판매할 날도 멀지 않았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은 지난달 개최된 '2016 글로벌 스마트 물류 서밋'에서 10년 내에 중국의 택배 시장은 하루에 3억박스 이상을 처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물류는 단순히 배송만이 아니라 데이터, 속도, 기술, 혁신의 융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제주물류센터는 얼마나 크게 짓느냐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줄여 제주 농업인은 가격을 더 받고 소비자는 더 싸게 구입하는 유통혁신 시스템이어야 한다. 지역농협도 농협중앙회가 물류센터라는 상을 다 차려 놓으면 숟가락만 올려놓아 이용만 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각 지역농협이 어떻게 투자하여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전국으로, 세계로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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