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99)제주시 한경면 조수1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99)제주시 한경면 조수1리
어느 마을이든 통하는 길… 추억의 오일장 다시 서길 고대
  • 입력 : 2016. 08.30(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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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우거졌던 오랜 기간 산돼지가 파헤친 곳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돗곳 연못(위)과 마을회관 옥상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아래).

17세기초 해발 250m 용선달리에 정착하며 설촌
농촌이미지 내건 '동이 트는 농부의 마을' 테마
옛 조수초에 학교시네마… 오일장 복원은 숙원

지도를 펼치고 보면 한경면의 중앙에 위치했다. 동쪽으로 한라산 영봉이 보이고 그 아래 저지오름과 망오름, 동남쪽은 이계오름, 서쪽은 두강봉, 북쪽은 밝은오름과 대왓동산이 있다. 자연부락은 대동, 중동, 한양동, 신동, 하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근에서 길을 잃더라도 조수1리에 가면 인접한 어느 마을이든 통하는 길이 있으니 찾기 편하다. 중산간 마을이면서도 너른 벌판에 농경지가 풍부해 대대로 농업 생산성이 좋았다. 풍요는 인심이 후해지는 기반이다. 빈청당으로 대표되는 마을 정서를 먼저 살펴보자. 옛날 고관대작이나 귀한 손님이 방문하면 융숭한 대접을 하고 싶으나 적합한 곳이 없었다. 마을 원로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 송동산이라고 부르던 송이로 이루어진 자연적인 석산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원되어 석축을 쌓고 향연을 베풀 수 있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손님맞이 장소다. 마을의 체면치레 같지만 마을의 위상에 맞는 격식을 가져야 한다는 자존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요즘 용어로 관광마인드에 이벤트 감각까지 보유한 손님맞이 시설을 건설하였던 사람들. 그 후손들이 사는 마을이 조수1리다. 농업이 생업 기반이지만 관광손님들을 맞이할 마을 분위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저지, 청수, 산양, 낙천이 6차산업 마인드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수1리가 바닷가 마을들과 이어주는 한경면 관광벨트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하여 치열한 준비 작업 중이다.

폐교된 조수초등학교 건물을 영화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석훈(77) 노인회장이 전하는 설촌의 역사는 이렇다. "설촌에 대한 기록이 분명한 마을입니다. 약 1610년에 전주이씨 몽빈씨 일가족이 속칭 용선달리에 살기 시작하면서 개척이 시작되었지요. 용선달리는 해발 250m 정도 되는 곳이지만 기후가 따뜻하고 농토가 오목하지만 평평하여 기름져서 농사짓기에 편리하였으며 서쪽 방향으로 자연석과 크고 작은 오름들이 있어 식물과 야수가 많아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었기에 설촌의 토대가 된 곳입니다. 번창으로 거듭하면서 발전하던 저희 마을이 4·3으로 피해를 입은 뒤에도 조수에서 오일장이 설 정도로 한경면에서는 중심적인 위치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인근 마을 아이들이 조수초등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연못만 26개를 보유하고 있어서 농사에 필요한 물과 정주 여건을 보유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깊고 간절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마을 이름에 물을 얻기 위한 노력이 들어가 있어 조수리(造水里)의 연원도 확인된다.

김대유 이장

약 300가호에 8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조수1리 김대유(50) 이장은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전력투구를 하여 권역사업을 획득하는 것이 절박한 목표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테마는 '동이 트는 농부의 마을 조수1리'입니다. 지금 운영중인 농촌홍보 및 판매시설 '농부의 아침'에서 따온 주제이지만 농촌이미지를 가지고 승부를 내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폐교 정비 사업을 통하여 지역주민에게는 문화공간으로, 관광객에게는 체험공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구 조수초등학교 건물을 '학교시네마'라는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중심으로 문화공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벼룩시장, 미니음악회, 향토사진전 등 다향한 행사를 펼치면서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마인드가 증폭되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지극히 초보단계이고 앞으로 한경면의 중심지역으로 성장하기 위해 프리마켓 활성화를 통한 옛오일장 복원과 축제 등 지역공동체 활동의 거점 공간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라며 당면과제와 숙원사업을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은 조수1리가 가지고 있는 농경생활문화 자원을 가지고 재현과 전시, 체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개의 연못이 자체 정비사업을 통하여 정비되어져 있지만 26개에 달하는 연못을 자연생태 및 농촌의 문화적 가치 차원에서 정비하여 탐방코스로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핵심은 오일장 복원이다. 시설이 복원된다고 해서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프리마켓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인근 주민들이 농산물들을 가지고 와서 팔고 구매자들은 엄청 싸게 사갈 수 있는 곳으로 특화시키는 일. 위치가 가지는 시간적 강점을 살린다면 자가운전이 일상화된 시대에 성공가능성이 충분하다. 필자가 만난 80대 어르신들은 '추억하는 조수오일장이 다시 설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옛 조수리의 힘을 다시 되찾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주민들이 발음하는 그대로 간판을 적은 정겨운 방앗간.

김병철(47) 개발위원에게 '100억원이 주어진다면 마을 발전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명하고 호쾌했다. "모두 홍보비에 써야 합니다.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한경면의 중심권 성장시킨다고 해도 이를 농촌경제와 연동시키기 위해서는 인지도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항상성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감각이었다. 이미 농부의 시각이 시대정신을 꿰뚫고 있다는 것. 행정에서 펼치고 있는 수많은 사업들이 일회성 성과주의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질타한 주장이기도 하다. 실적이란 얼마나 지속적으로 그 사업이 발전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현실적인 대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에게 농산물 무인판매 등이 이루어지는 '농부의 아침'.

김종수(49) 학교시네마운영위원의 꿈꾸는 30년 뒤 조수리의 모습은 이렇다. "전국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농촌의 모습으로 조수1리는 변화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마을 공동체가 펼치는 사업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서부지역 프리마켓 중심 거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행정적 지원이 급선무다. 농업 경관과 함께 중산간 농촌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터. 조수1리 오일장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것은 '창조적 마을'로 거듭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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