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를 앞에 두고 가옥 지붕들이 형형색색 눈부신 평화를 노래하는 마을 전경(위)과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원담 풍경(아래).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드는 365일 문화예술활동벼룩시장·원담축제 활성화·마을 목욕탕 등 추진자조·자립 등 4개동… "새마을 사료관 건립됐으면"
없는 것이 없어 부러움을 사는 마을이다. 농수축산에 농공단지가 있어서 제조업과 관광자원에 따른 시설까지 6차산업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어떻게 마을 한 곳에 이렇게 산업적 다양성이 풍성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가장 소중한 자원은 아직도 소박한 취락구조가 제주의 옛 마을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
특색 있는 곳이 많다. 해수욕장과 인접한 규모 큰 원담이 옛 모습을 유지하여 아직도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100여년 전 어떤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정구수굴은 금능석물원 안에 위치해 있다. 굴 안에 샘이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주민들이 목욕시설로 이용했다. 매립해버린 '펄랑'은 조상 대대로 금능리 사람들이 사용하던 곳이지만 공유수면이라고 해서 기획재정부 소유라고 한다. 마을에서 활용하려고 해도 임대료를 내야 한다니 이 나라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된다. 이런 억울한 현실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비양도가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으뜸원해변에서부터 월림리와 인접한 돌마을공원까지 길게 올라가는 지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중간에 정월오름이 나지막하지만 마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동쪽에는 협재리, 서쪽에는 월령리가 있다.
환상적인 으뜸원해변 풍경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들.
박용진(73) 노인회장이 전하는 설촌 유래는 이렇다. "지금부터 450년에서 500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래 지명은 '배령리'라고 불렀지요. 그러다가 약 100년 전에 배령이라는 말이 제주어 버랭이(벌레)와 비슷하여 놀림 받을 수 있으니 마을 중심에 있는 금동산을 한자로 바꿔서 금능(金陵)이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다른 설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1970년대 금능리를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서 동네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당시 한창이던 새마을운동 정신에서 가져와 자조동, 자립동, 협동동, 근로동으로 명명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각 동에 동장이 따로 있습니다. 마을체육대회도 네 개 동으로 나뉘어져 경기를 합니다." 새마을정신을 동네 이름에 붙여서 영원히 금능리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펼치고 있는 주민 주도 마을문화계획 수립과 실천 작업들이 그러한 애향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을공동체문화를 주민 스스로 나서서 향상시키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마을문화 비전을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드는 365일 마을문화예술활동'으로 삼고 단계별 전략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 것. 마을문화총회를 통하여 결정한 핵심 사업들은 벼룩시장 형태의 장터 운영, 원담축제 활성화, 마을목욕탕 시설 마련 등이다. 주민들의 생업과 관련된 다양성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다른 마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다는 것이 동인으로 작용하여 문화적 자족기능을 확보하려는 공동체적 실천의지가 발생된 것이다.
고명관 이장
고명관(51) 이장이 밝히는 당면과제와 숙원사업을 요약하면 금능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공동체 정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마을회 소유 땅이 3만8000평 정도 있습니다. 활용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여건이 되지 못해서 그냥 그대로 놔둔 곳들이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목적 마을운동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수익이 발생될 수 있을 정도의 시설 구축을 위해서는 행정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1970년대에 펼쳐졌던 새마을 사업 자료들을 모아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새마을 사료관을 건립해야 합니다. 새마을정신이 곧 금능리의 정신적 요람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새마을 사료관이 건립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의 각 마을단위에서 펼쳐졌던 새마을 운동 기록을 모아 사료관을 금능리에 만들고자 한다는 것. 오히려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서서 정부에다가 '이런 생각과 의지를 가진 마을이 있다'고 건의해야 할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들어와 고용 창출을 하고 있는 농공단지.
현상훈(39) 청년회장은 "으뜸원해변을 중심으로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 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편의시설과 각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외부에서 방문한 분들로부터 여름보다 다른 계절이 더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우리가 여기 살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발견해주는 고마운 시각이 많습니다.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지요." 청년회와 부녀회 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에 의욕적인 책임감은 마을공동체가 속성으로 간직하고 있는 주인의식으로 타나나고 있는 것이다. 옆 마을들과의 묘한 경쟁의식은 참으로 아름다운 발전의 동력이기도 하고.
잿동산에 만든 능향원은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제를 지내는 곳이다.
차영옥(45) 마을회 사무장의 의욕은 대단했다. "꿈차롱 도서관과 생활개선회가 운영하는 해차롱 공간을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운영하고 금능원담장터를 상설화하기 위해 획기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프리마켓 형태와 지역주민들의 장터 기능을 보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벼룩시장을 꿈꾸며 궁극적으로는 마을에서 나오는 농수축산물을 가지고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식당운영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해안경관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금능야시장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지역주민들이 많았다. 재릉관광지구라고 하는 주변 여건이 이러한 꿈을 현실이 되게 할 것이라는 확신. 활력이 넘치는 마을공동체 운영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한 세대 전부터 새마을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마을의 결속력. 그 단합된 힘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것은 지금 이뤄지고 있는 금능리의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소박함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미래를 향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금빛 언덕'을 오르고 있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