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16)제3부 한라산 훼손지 복구·복원 30년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16)제3부 한라산 훼손지 복구·복원 30년
탐방객 발길 관리·식생복원이 훼손지 복구의 핵심
  • 입력 : 2016. 10.31(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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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지 복구 사업 전후의 사제비동산(위)과 윗세오름 대피소 일대(아래). 훼손지 복구의 첫걸음은 탐방객 관리와 식생 복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사진=한라일보 DB

③ 한라산 훼손지 복구의 과제


한라산은 1970년대 이후 탐방객이 급증하고 체계적인 보호·관리가 미흡해 극심하게 훼손됐다. 특히 한라산 정상부를 비롯한 아고산대는 불편한 탐방로를 벗어나 산을 타는 과도한 등산행위와 자연적인 풍화작용으로 경관은 물론 생태계의 훼손까지 불러왔다. 이로 인해 1986년 이후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일부 등산로가 전면 또는 부분 자연휴식제에 들어갔다.

현재 한라산의 훼손지는 지난 30여년의 복구사업으로 대부분 초기 식생이 피복되면서 토양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제비동산일대 등 일부지역은 과거의 훼손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식생이 회복됐다. 그러나 어리목등산로, 윗세오름, 장구목 및 정상일대는 아직도 식생피복이 낮고 외부 간섭에 의한 훼손 잠재성도 높은 상태다.

지난 9월 한라일보 특별취재팀과 함께 남벽정상을 찾은 세계자연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는 "2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복구중으로 봐야 한다. 자연의 옛 모습을 회복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른다. 지속적인 출입제한으로 자연회복을 유도해야 한다" 고 했다.

이처럼 훼손지 복구사는 탐방객의 관리가 한라산 자연자원의 지속적인 보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65kg 체중을 지닌 탐방객
20회 이상 답압 식생 파괴
편리한 탐방로 마련과 함께
출입제한 지역 관리 등 관건
향후 자연식생 동일 복원을


▶한라산 훼손 일차적 요인은 탐방객 발길=한라산 훼손의 일차적인 요인은 탐방객의 발길이다. 더욱이 화산재가 퇴적된 토양(화산회토)에 발달한 아고산대의 식생은 탐방객의 발길에 훼손 취약성이 높고, 한번 훼손되면 회복 가능성도 매우 어렵다. 2000년 제주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고산대 초지는 65kg의 탐방객이 20회 이상 답압(인간 등에 의해 가해진 압력으로 토양이 다져지는 현상) 시 지표식생이 파괴된다. 더욱이 탐방객에 의한 부분적인 훼손은 집중강우 등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흙이 쓸려나가면서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므로 탐방객의 발길을 관리하는 것이 훼손을 예방하는 핵심이다.

등산객이 이용하기 편한 탐방로를 활용해 탐방로 이외의 출입을 삼가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탐방로 이외 지역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1997년 발간된 한라산정상보호계획 보고서는 탐방로 이탈에 따른 황폐화, 식생파괴 등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3가지의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탐방로를 설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걷기 쉽고 튼튼한 보도를 만들어 탐방객들의 이용 편리성을 보장하고 둘째 탐방로 건설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거나 경관을 파괴·침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등산로 및 관련시설의 설치는 등산객의 욕구를 수용해 검토·계획돼야 한다.

▶초기녹화·최종복원 어떤 식생으로 할 건가=2005년 한라산연구소가 한라산 훼손지에 대한 복구공사가 사실상 더 이상 필요없음을 선언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06년 5월 문화재청은 한라산 남벽 등산로 훼손지 복구사업에 대해 처음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에 현재까지 녹화마대를 활용한 훼손지 복구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 식생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훼손지에 대한 식생복원의 목적과 목표는 더욱 중요해졌다. 초기녹화 및 최종복원을 어떠한 식생으로 해야 하는가가 그 핵심이다.

이에 한라산정상보호계획 보고서는 초기 식생을 피복해 토양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식물의 생육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적절한 기초공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식생복원의 목표에 따라 토양의 안전화가 이루어지면 자연적인 식생을 이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원래 식생을 복원목표로 한다면 훼손지에 대한 식물 종을 파악하고 묘목을 길러 종복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접근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생육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체계적인 관리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강경민·김지은·김희동천·채해원·강경태·강동민기자



[전문가 리포트]훼손지 복구의 미래

"한라산 아고산대만의 생태계·생물종 보전을"


세계유산본부 고정군 박사

1994년부터 작년까지 한라산 훼손지 복구는 총 158억2000만원을 투입, 16만5000㎡ (70.7%)가 이뤄졌다.

한라산 훼손지 복구상황을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복구 대상 지역은 상당부분 고산 황폐지(비·바람 등 자연적 요인에 의해 나지화 된 지역)를 대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 아고산대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관목림과 자원적·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다양한 희귀·특산 및 고산식물이 뒤섞여 있다. 때문에 훼손예방이 중요하지만 불가피한 훼손지 복구를 위해서도 여러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첫째, 선택된 복구 대상지가 어떤 요인에 의해 훼손되었는지 분석해야 한다. 즉, 인위적 또는 자연적 요인에 의한 발생여부와 함께 훼손 확산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연적 요인에 의한 나지가 형성됐고, 탐방객의 출입제한에 의해 훼손 확산 가능성이 낮다면 복구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둘째, 현재 한라산의 자연적인 황폐지(나지)는 종다양성 유지 등 생태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요구되나, 복구를 추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현재 한라산 황폐지 대부분은 제주조릿대와 일부 벼과, 사초과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시로미 등 희귀·특산·고산 식물들의 종 피난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의 황폐지 형성은 고산(高山)으로서의 한라산의 가치를 더해주는 경관적 자원일 수 있다.

셋째, 한라산의 고산지대는 국가적인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으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는 대상지역의 관리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생태적인 변화의 항속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황폐지에 지질, 토양, 식생환경의 변화가 자연적 변화에 의해 발생되도록 유지돼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정한 훼손, 지형의 부분변화, 식물의 재생 등 자연조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지역의 훼손이 경관적인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는 이후 통일되고 보편적인 경관유지가 아니라 한라산 고지대의 환경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또다른 경관을 만들 것이고 그 가치는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라산 아고산대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자연생태계 및 생물종 보전에 기여하는 것이 인위적인 복구 작업에 의한 복원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판단된다.<세계유산본부 고정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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