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17) 제주시 오라동 '곤밥'

[당찬 맛집을 찾아서](117) 제주시 오라동 '곤밥'
스산한 시절, 그대의 마음까지 덥혀줄 한끼
  • 입력 : 2016. 11.04(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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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격에 후한 집밥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곤밥'의 정식 상차림. 강희만기자

옥돔구이·찰진 돼지고기 두루치기
20년 경력… 착한 가격에 집밥 인심
조물조물 차려낸 밑반찬에도 정성


11월, 찬바람이 불면서 군불을 때던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그 따스함은 어머니를 연상케하고, 어머니는 정성 가득한 '집밥'을 떠올리게 한다.

20년 식당 경력을 가진 주인장의 내공이 담긴 정식을 주메뉴로 하는 제주시 오라동 종합경기장 인근의 '곤밥'. 곤밥은 말 그대로 '고운밥'으로 쌀이 귀하던 예전, 잡곡이 섞이지 않는 흰쌀밥을 말한다.

주인장 강술생(59·여)씨의 '곤밥'은 시대를 흘러 쌀밥이 아닌 잡곡밥으로 변모했다. 손님의 건강을 우선하는 주인장의 음식철학이 전해진다.

"간혹 손님들이 곤밥 먹으러 왔는데 잡곡밥을 준다며 농담을 던지곤 하죠. 기본 쌀에 보리와 흑미를 보태고 있는데 집밥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한리필로 제공하고 있어요. 앞으로 밑반찬도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손님이 원하는 만큼 드실 수 있도록 할 참인데,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한끼 두둑하게 먹고 갈 수 있으면 그만이죠."

주인장의 후한 인심은 가격에서도 빛을 발한다. 귀한 옥돔구이와 두루치기, 푸짐한 밑반찬과 된장국을 기본으로 차려지는 정식이 해장국 한그릇보다 저렴한 6000원. 밑반찬은 멸치볶음, 튀김, 고추잎무침, 콩나물무침, 땅콩조림, 김치 등으로 속편한 메뉴로 채워진다. 두루치기를 싸먹는 고추, 마늘, 배추 등 쌈재료도 곁들여 나온다. 그 착한 마음이 손님들의 정감을 자극하며 지난 5월 개업했지만 단골손님이 많다. 특히 제주종합경기장 인근에 식당이 위치해 운동선수의 발길이 분주하다. 전지훈련팀도 자주 찾아 제주의 푸짐한 정감을 맛보고 간단다.

주인장 강씨는 20년간 노형동에서 배달전문 음식점 '해월식당'을 운영한 식당가의 베테랑이다. 지금은 아들인 안종민(37)씨에 물려주고 같은 메뉴로 자리를 옮겨 양방향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상 차려진 정식의 완성은 신선한 옥돔구이와 돼지고기다. 옥돔이야 워낙 귀한 생선이라 갓잡은 생물을 급냉한 것을 구입해 식당에 있는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한번 물건을 받을 때 적게는 50상자에서 많게는 100상자를 주문할 정도다. 한상자당 75~80마리 수준이니 상당한 물량이다. 돼지고기는 제주산을 고집한다. 잡내가 없고 찰진 제주산을 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착한가격을 고집할 수 있는 것은 주인장의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생선을 유통했던 남동생의 도움으로 좋은 생선을 구입하고 이모나 고모님이 직접 키워 보내주는 고추 등 각종 식재료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이죠. 제가 저희 집안에서 식당을 처음 시작했는데 남동생은 아라동에서 '녹색식당', 여동생 2명은 광령과 오라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즐거운 밥상'과 '산내들'이란 상호를 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비법을 제가 전수했죠."

메뉴는 정식 이외에도 몸국과 육개장, 해물탕 등 탕류와 김치·된장·동태찌개, 순두부 등 찌개류도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계절메뉴로 한치·자리물회에 새끼회도 제철을 맞아 맛볼 수 있다.

화수분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이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고, 추운 겨울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집밥'은 한국인의 힘의 원천인 '밥심'인가보다. 영업시간은 오전 9~밤 10시(오후 3~5시 휴식). 휴일은 둘째·넷째주 일요일. 제주도 제주시 서사로 179. 064)752-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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