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투석장비도 오작동의 위험이 있어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2011년부터 모니터링 센터 지정 공모오작동 등 피해사례 급증 속 참여 미미제주대학교병원 도내에서는 지정 유일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는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손으로 두드리고 눌러보는 것이다. 지금도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서 관찰하고 손으로 눌러보고 돌려보는 것은 진찰의 의미뿐 아니라 환자와의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제한돼 있다. 프랑스 의사 라에넥(Rene Theophile Hyacinthe Laennec, 1781~1826)이 개발한 청진기는 인간의 귀로 듣지 못하는 심장과 폐의 소리를 듣고 판단할 수 있게 했으며, 가장 오랫동안 의사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기기이다. 이렇듯 청진기에서 시작한 의료기기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오늘날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신체 내 장기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메스로 피흘리며 하던 절개를 레이저가 대신하고 있다. 또 손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로봇팔을 넣어 수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혈액을 걸러주는 혈액투석기나 인공호흡기가 많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환자에게 적용하기 전 발견된 수액세트 연결부위 결함 사진
의료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고 있으나 반대로 의료기기가 잘못 작동하거나 멈추게 되면 엄청난 역풍이 돌아오게 된다. 2010년 프랑스의 폴리 임플란트 프로테스(PIP)사의 인공유방에 발암물질인 공업용 실리콘겔을 사용해 전세계적으로 파문이 일었고, 2015년에는 전동식 의약품 펌프로 진통제를 투여받던 환자가 세팅한 용량보다 4배나 많은 약물이 투여돼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여러 의료기기, 재료의 조합으로 사용되는 많은 경우의 수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환자에게 엄청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의료기기의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제대로 집계조차 못하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2011년부터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발생가능한 부작용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료기기 안정성 정보 모니터링 센터'를 지정하고 공개모집해왔다. 2012년에 987건, 2013년에 1680건, 2014년에 203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보고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적어 의료기관의 참여가 절실한 실정이다.
2011년 6개의 병원으로 시작된 의료기기 안정성 정보 모니터링센터는 2016년 현재 전국에 16개의 센터가 선정돼 운영되고 있고, 대전, 경북, 경남, 제주의 4개 권역센터는 자발적 운영을 하고 있다. 2017년에는 자발적 운영 센터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대학교병원이 지역모니터링센터로 추가돼 활동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 안정성 정보 모니터링 센터의 주요 사업내용은 ▷의료기기 부작용 판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법 ▷부작용 수집 및 분석·보고 방법 ▷지역 내 협력병원과의 연계 ▷부작용 보고에 대한 교육·홍보 방법 등이다. 의료기기 안정성 정보 모니터링 센터는 지역 내에 다수의 협력병원을 선정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를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 부작용 판별위원회를 통해 환자문제 및 의료기기 문제를 적절한 코드체계로 분류하며 표준화된 체계를 위해 미국 FDA의 체계를 도입, 보고하고 있다. 또 발생빈도, 위해정도, 인과관계를 분석해 식약처와 협력해 조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다수의 발생사례는 공동 조사를 통해 협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 부작용 보고 및 정보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을 대상으로 부작용 보고 교육을 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부작용에 대한 교육으로 부작용 보고의 인지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신고된 의료기기 부작용 등 안전성 정보에 대한 통계 및 후속 조치 등의 관련자료를 제공해 피드백을 주고 있다. 특히 식약처 내에 의료기기 안전 평가과를 설치해 의료기기 안전성 정보 모니터링센터로부터 수집된 부작용 등의 안전성 정보를 의료기기정보 기술지원센터에 제공, 분석 및 평가를 제출받고 안전성 등급에 따라 의료기기를 회수하거나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기도 한다.
각 센터 책임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며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을 조정하고 있고, 각 센터에서 보고된 부작용 사례를 정기적으로 논의해 정보의 공유 및 공동 사안에 함께 대처하고 있다. 더불어 모니터링 센터간 부작용 관련 기술세미나를 실시하도록 해 전문지식 전달 및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세미나 자료는 홈페이지에 게재하거나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강영준 교수는 "제주대학교병원은 의료기기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6년 자발적 참여센터로 활동한 가운데 2017년에는 의료기기 안정성 정보 모니터링 센터로 지정돼 제주대학교병원 만이 아닌 타 병원과 협력, 의료기기 문제를 조기발견하고 대처해 환자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