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시작하며]January, '야누스의 달'을 생각하며

[하루를시작하며]January, '야누스의 달'을 생각하며
  • 입력 : 2017. 01.04(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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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우리는 희망으로 출발한다. 시간의 단위로 마침과 시작은 참 편리한 사고 체계다.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으로 마음가짐을 다잡는 일은 삶의 동력이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장소를 찾아 일출의 장관을 마음으로 담고자 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십 년 전에도 그랬고 지난해에도 그랬다. 그러면서 희망이던 삶들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오는 탄핵 정국과 광장의 촛불은 40여 년에 이르는 부정과 부패의 근절을 위한 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지형도를 보면 파당적 혼돈이라고 해야 옳다. 정치의 팬더모니엄(pandemonium)과 함께 경제는 어떠한가. 지난해에 이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우리 경제를 살릴 희망적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2017년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는 혼란과 위기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다. 세계가 주목하고 우리 스스로 자랑하는 제주도를 우리는 아직도 '자연, 환경, 생태의 보고'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러한가. 성산일출봉이, 정방폭포가 그리고 산간과 해안마을 등이 제주인들의 삶과 조화롭게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제주의 것들을 하나둘씩 잃어버리면서도 상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우리는 꾸며대는 제주를 참다운 제주로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1월은 라틴어 'Januarius'에서 유래하였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의 달'이다. 야누스는 문의 신으로서 과거와 미래를 관장한다. 그래서 얼굴이 앞과 뒤 양면에 있다. 앞과 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다 볼 수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과 함께 야누스의 가면을 쓴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의뢰하고 독촉하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죽음의 사신처럼 등장한다. 애정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던 아버지의 모습이 야누스였음은 얼마나 함축적인가.

참다운 가치와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루어내기가 쉽지 않다. 더러는 이루어내지 못하면서도 지향하며 나아가게 되는 세계나 이념이 얼마나 많은가. 본질적으로 지고한 가치와 아름다움은 이루어내기가 어렵다. 삶은 그 가치와 아름다움의 방향으로 지향하며 추구해나가는 과정으로도 의미가 있다. 정치지도자들은 우리의 정치와 경제를 웅변하며 개벽의 변화를 부르짖어서는 안된다. 제주도정은 자연, 환경, 생태와 충돌하는 개발의 문제를 부의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홍보하며 도민들의 우려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 경제 뉴스를 보면서 가지게 되는 국민들의 허탈감, 제주신공항 건설, 제주의 자산인 자연, 환경과 관련된 문제 등으로 가지게 되는 도민들의 우려는 일출의 희망이 무너진 까닭이 아니다. 작은 변화일지라도 연속성과 지속성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이념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발전해왔는데 혁명의 구호만으로 온전해질 수는 없다. 제주신공항 그리고 중산간 및 해안마을 개발로 제주의 경제를 말한다면 이미 '자연, 환경, 생태'의 가치를 파기한 망상이다.

야누스 신전의 문은 전쟁이 시작되면 열리고 평화 시에는 닫혀 있었다.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1월, 우리나라의 혼란과 제주도의 문제로 허탈감과 우려를 직시하고 있다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또렷이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가치와 아름다움은 연속성이나 지속성을 잃어버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좌지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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