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출향해녀들의 삶과 현지 문화유산 조사기후변화 등으로 변하고 있는 해양생태계 분석일·러시아 해녀문화 비교… 지속가능 방안 모색
제주해녀는 초인적인 생활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척박한 섬을 일궈온 제주여성, 제주인의 상징으로 대변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자연친화적인 작업방식과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지난해 11월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제주해녀문화'가 제주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어업, 공동체를 통해 문화가 전승된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했다.
이처럼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가 가치를 인정한 인류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중요한 인류무형유산으로 전통 보존과 전승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해녀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물질중 고령해녀가 숨지는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해녀의 고령화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신규 해녀 가입자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어 고령화 촉진과 해녀수 감소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또 제주를 떠난 출향해녀들이 현재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안 어촌에서부터 남해안과 서해안 백령도까지 진출해 물질을 하고 있으나 사회·경제적 변화와 고령화 심화로 그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제주의 출향해녀들은 독특한 잠수어법을 통해 우리나라 해녀들을 양산시킨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타향에서 '지선해녀', 혹은 '지방해녀'라고 불리는 지역여성들에게 제주의 해녀문화를 전수시키면서 한국의 해녀문화를 이끌어 왔다.
지난 1930년경에는 무려 4000여명의 해녀들이 바깥물질을 위해 제주를 떠났다. 바깥물질을 통해 번 돈은 가정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깥물질을 떠난 해녀 가운데는 타향에서 결혼해 삶을 지속하는 경우도 많았다.
부산과 울산 등 동해안에 거주하는 제주의 해녀들은 타향에 정착해 언어 등 그곳의 생활문화에 적응해 살아가면서 무속신앙과 수눌음 등 제주해녀들의 공동체 문화를 지금도 계승, 유지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들과의 해산물 분배방식을 만들어 그들과 공존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일제시기 제주해녀는 일본의 각 연안으로 나가게 됐다. 일본에 진출한 제주해녀들은 일본의 해녀 '아마(海女)'들에 비해서 노동임금이 저렴하고 추위에 강해 작업능률을 인정을 받았다. 1932년경에는 1600명의 제주해녀가 일본에 진출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그들의 삶은 일본인들의 멸시와 착취로 심한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소로 태어나지 못해 해녀로 태어났다'는 한스런 말이 제주 출향해녀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해녀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다렌과 칭다오, 심지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진출했다. 제주해녀들의 바깥물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해양문화를 이루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본보는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기념해 올해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도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제주의 출향해녀들의 삶을 통해 제주해녀의 강인한 개척정신과 독특한 제주해녀의 공동체 문화를 재조명하고 한국해녀문화의 보존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는 수중탐사를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변하고 있는 출향해녀들의 조업공간인 바닷속 해양생태계도 집중 조사한다.
본보는 지난 2011년 제주해녀들의 물질공간인 마을어장 수중생태환경조사를 시작으로 2012년 제주바당 조간대 해양문화유산 탐사, 2013년 제주바당 올레길 탐사, 2015 제주바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제주연안수중생태계 탐사를 진행했다. 이번 '한국 해녀를 말하다' 기획취재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제주해양탐사' 취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특별취재팀=고대로 부장, 강경민 차장, 김희동천·강동민 기자
자문위원=유철인 제주대학교 교수, 유형숙 한일해녀연구소장·동의대 교수(관광학 박사), 안미정 한국해양대 연구교수(문화인류학),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